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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평범한 조지아의 시골 마을.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퇴역군인 잭 리처는,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 용의로 형무소에 갇히는 신세 되고 만다. 정처없이 걷던 도중 식당에 들렀다가 영문도 모른채 갑작스레 체포된 것이다. 그곳에서 형무소로 이송된 잭 리처는 하마터면 살해당할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누가 그의 목숨을 노리기고 있기라도 한 것일까. 살인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듯한 은행원 출신의 남자가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혐의가 풀려 석방된 잭 리처는 여순경 로스코와 함께 피해자의 신원을 쫓기 시작한다. 피해자의 정체는 놀랍게도..... 이 사건의 배후에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커다란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98년도 앤서니 최우수 처녀 장편상' 수상작.
주인공 잭 리처는 전직 헌병 출신으로, 군수사관으로서의 냉철한 판단력과 특수훈련으로 다져진 전투능력을 겸비한 소위 만능 유닛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목적도 없이 부평초처럼 각지를 방랑하는 날들. 그런데 우연히 들른 벽촌에서 살인사건에 휘말려, 교도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지만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나 자신이 직접 사건의 진상을 쫓기 시작한다는 전개입니다.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큰 사건에 휘말려 들어간다는 스토리는 흔히 접하게 되는 설정이긴 하지만, 그것을 상쇄시키는 훌륭한 구성과 빠른 이야기 전개 때문인지 진부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더군요. 도저히 데뷔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잘 계산된 도입부부터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주인공이 좋아요∼. 전형적인 미국식 영웅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무적이에요. 읽는 동안에, 주인공 잭 리처에 대한 상당히 구체적인 영상 이미지가 떠올라 오는 느낌. 저같은 경우는 예를 들자면 슈왈츠제네거라든지 스탤론같은 80년대의 액션영웅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더군요. 거대한 악에 대한 주인공의 단순 명쾌하고 통쾌한 분노의 폭발같은 것 들 말이에요. 하드하고 장렬한 액션 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라스트가 가까와져 오면서 밀려드는 초조함과 긴박감을 오래간만에 맛보았습니다. 다음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수 있는 마무리도 깔끔했고 불만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폭력적인 장면에서의 화끈함도 좋았구요. 답답하고 지루한 작품을 읽고 난후의 각성제로는 최고입니다.
게다가 액션뿐 아니라 추리적인 요소도 제법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잭 리처는 군수사관으로서의 경험이 말해주듯 추리에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싸우는 셜록홈즈랄까. 여러 장면에서 주인공의 이런 추리가 빛을 발하곤 합니다. 상대의 심리를 깊게 통찰하는 능력에서 비롯된 추리가, 등장인물들을 몇 번이나 궁지로부터 구해냅니다. 냉정 침착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해 나가는 이런 잭 리처의 모습은 한마디로 '멋있다' 입니다. 이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을 계속해서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주인공.
그러나, 로맨스로서는 어딘가 좀 아쉬움이 남네요. 원래 이런류의 작품에서는 로맨스를 기대하지 않는것이 정상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남의 일 대하듯이 그토록 쿨하던 사람이 여주인공인 로스코 앞에서는 어쩐지... 아, 그렇다고 이중인격을 생각하게 할 정도로 딱히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만 그래도 기대한 것 보다는 덜 쿨하네요. 순수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귀여웠습니다. 그건 그렇고 어찌되었든 둘이 헤어지는 건 좀 싫으네요. 다음편이 나오려면 어쩔수 없는 마무리인 것은 잘 알겠지만, 이야기 전편에 걸쳐서 차곡차곡 쌓아 만들어 놓은 모래성을 일거에 그런식으로 무너뜨려 버리니까 좀 황당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로스코가 다 팽개치고 잭리처를 따라서 같이 방랑길에 올랐다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러면 다음편부터는 주인공이 새로운 여자를 사귈수가 없기 때문에 안되려나요. 이해합니다.
잭 리처 시리즈가 계속해서 번역되어 나와주었으면 좋겠어요. 가급적이면 시리즈 전부를 읽고 싶은 마음이지만 최소한 가장 호평을 받은 몇작품 만이라도요. 그러고보니 시리즈 중 톰쿠르즈 주연으로 영화화되는 작품이 있다고 하던데... 다음부터는 아무래도 톰 형을 연상하면서 읽게 되겠네요. 잭리처는 장신인데...좀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