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의 유령
폴 크리스토퍼 지음, 하현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미국 여성인 핀은 좀 더 교양있고 세련된 환경속에서 진지한 작업과 연구에 몰두할 수 있기를 갈망하며 영국으로 건너왔다. 현재 그녀의 직업은 유명한 메이슨-고드윈 경매회사의 고객자문역. 그러나 고도로 세련된 일일 것이라는 처음의 기대와는 다르게 상사들의 커피 심부름과 경매에 참여하리라 예상되는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을 파악해 내는 것이 그녀의 주업무였다. 그런 그녀가 영국 왕실의 피를 이어받은 젊은 귀족 빌리와 함께, 행방불명된 네덜란드의 부호로 부터 공동으로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다는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유산은 그림 한점과, 네덜란드의 있는 저택 한채,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어딘가를 항해하고 있을 배 한 척. 유산을 찾아, 그리고 유산을 남긴 장본인의 행방을 찾아 핀은 빌리와 함께 여정을 떠난다.

 

내가 팩션이라는 장르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이 언제였던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 첫 경험은 예전에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김진명 작가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소설이였던 것 같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결합해서 마치 소설이 아니라 논픽션을 읽고 있는 것처럼 드러나는 진실 하나하나에 경악하고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아직은 어린 시절이라 책을 읽고 난 뒤에 밀려드는 애국심과 진실을 알고 싶다는 욕구를 이기지 못해서 소설의 모델인 이휘소 박사에 대한 서적들을 미친듯이 찾아보곤 했었다.

 

너무나 인상적이였고 감동적인 경험이여서 이후로 비슷한 류의 소설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읽어왔다. 게 중에는 졸작이라 느껴지는 그저 그런 작품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독서가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 장르의 소설들은 나에게 언제나 가장 큰 관심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책 '렘브란트의 유령'의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명화 속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 는 홍보문구 때문이였다. 전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다빈치코드를 연상하게 되는 부분이고, 내심 그와같이 잘 알려진 어느 명화에 얽힌 비화들과 미스테리를 밝혀내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렘브란트의 유령은 좀 다르다. 스릴러나 모험소설이라고 해야할까. 막상 읽고보니 실존했던 역사나 인물, 작품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동남아시아의 해상과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해적들과의 총격전은 스릴러로서는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애초에 기대했던 치밀한 고증이나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교묘한 결합'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별로다라고 말하려는건 아니고 생각하던 작품과는 방향이 다른 소설이였다.

 

목숨을 건 사투와 인디아나 존스식 모험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릴 듯한 이야기이다.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그리고 다시 동남아시아의 섬들을 누비면서 펼쳐지는 활극과 드러나는 진실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즐겁게 읽을수 있을것 같다. 하지만 램브란트의 명화속에 숨겨진 비화를 파헤쳐 보고자 하는 욕구가 컸던 사람이라면 조금 당황스러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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