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디테일을 알기에 가장 적합한 작품.


다른 존재가 우리의 내부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존재를 따라 살지 않을 수 없다. 내 안에 사는 것은 내가 아니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순간 사랑은 문득 당신 속으로 들어오고, 그러면 당신은 도리 없이 사랑을 품은 자가 된다. 사랑과 함께 사랑을 따라 사는 자가 된다. 사랑이 시키고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된다. 그러니까 사랑에 빠졌다는 식으로 말하지 말라. - P15

현재의 무지는 앞으로의 앞의 과정을 위한 동기로 작용한다. 누구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알려고
시도하지는 않는다.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모르기 때문에 알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야 한다. - P63

사랑하는 자는 알아가야 하는 숙제를 떠안는
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할 때 그 누군가는 앞으로 알아갈, 모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잘 알던(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사랑이 숙주 안에 깃들어 생애를
시작하려고 할 때 일어나는 신비스러운 일이다 - P63

아무것도 더 넣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사람으로 충만한데도 왜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것처럼 허전한가. 왜 외로운가 가득 차기 전보다 더 비어 있는 것 같고 그 어느 때보다 외로운가. 공허한가 - P75

네가 어떤 대상에게 예배 드린다는 걸 알고서, 나 역시 그 대상에게 예배를 드리는 건, 바로 그 안에서 너를 발견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어 - P314

사랑이 최고의 선이고 유일한 원동력이기
때문에, 사랑을 제외하고 무엇이든 바뀔 수 있고, 바꿀 수 있다. 사랑을 위한 것이라면 어떤 변신도 용납된다. 사랑을 위해 한 것이라면 어떤 비순수도 비순수가 아니고 어떤 배반도 배반이 아니다. 모든 규범을 부정하는 상황윤리주의자들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의 동기에 의해 행해진 행동은 선이라고, 그것만이 선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 P319

행복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행복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행복한 상태가 어떤 것인지 모르고, 그럼에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상태를 동경하고, 그렇지만 행복한 상태가 어떤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행복한 상태에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자각하지 못한다. 행복해도 행복한 걸 모르고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하지 않은 걸 모른다. 그러면서도 행복을 갈구하는 것은 행복이 있다는 것을 여러 경로의 풍문을 통해 들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사실은 자기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다. 무엇을 추구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더 간절하고, 간절하지만,
간절하기만 할 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어떻게 하지 못한다. - P376

그녀를 만지는 것이 단순한 사랑의 표현만은 아니라는 것을. 여성의 신체가 아니라 자기를 살아 있게 하는 존재인 사랑에게 닿으려는 안타까운 몸짓이라는 것을. 사랑으로부터 내쳐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을. - P507

만지지 않을 때 그는 불안해했다. 만지면서는 안타까워했다. 불안한 것보다는 안타까운 쪽이 나았다. 불안은 정신을 위협하지만 안타까움은 감각을 고양시킨다. 불안할 때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하지만 안타까울 때 사람은 어느 때보다 예민해져서 안타까움을 제공한 대상에, 그것이 관념이든 사물이든 사람이든, 몰두한다. 불안한 사람의 불안은 대상과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 자신도 모르고 다른 사람도 모른다. 안타까운 사람의 안타까움은, 대상과 방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만일 이 사람이 무슨 일을 한다면, 그 무슨 일이 무엇일지 모를 수 없다. 자신도 모를 수 없고 다른 사람도 모를 수 없다. - P509

이성에게 어필할 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언제든 질투에 빠질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편파적이지 않다. 나이, 용모, 경제력, 건강, 사회적 위치와 평판 같은 조건들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사실을 의식할 때 이런 사람을 질투 속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먹이는 것만큼이나 쉽다는 사실을 ‘오셀로‘는 알려준다. - P578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보다 경쟁자와
더 가깝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다. 자기가
확보하지 못한 연인과의 어떤 동질성의 흔적이 경쟁자에게서 발견될 때 그는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워하고, 자기가 발견한 것을 부정하려 하고, 그러나 성공하지 못하고, 그리하여 마침내 혼란과 모순의 감정 속에서 두 사람을 싸잡아 비난함으로써 이 언짢은 상황을 돌파하려 한다. 이 비난의 과정에서 이 질투자는 한사코 부정하길 바라지만 부정되지 않는 두 사람의 동질성을 불가피하게 전제해야 한다. - P607

그러나 당신이 만나기 전의, 당신이 알지 못하는 과거의 그 사람의 스토리에 대해서는 책임도 권한도 없다. 당신은 받아들이든지 받아들이지 않든지 할 수 있을 뿐이다. 즉, 당신과 상관없이 이루어진 그 스토리에 참여해서 그것을
이어가거나 말거나 해야 한다. 질투는 불가능한 옵션이다. 당신이 태어나기 전에 형성된 세계인 그 사람의 과거를 질투하는 것은 부당하고 비합리적이고 무엇보다 불가능하다. - P627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는 사람은 사랑하기 때문에 파멸에 이르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자기는
물론 연인(사랑하는 ‘사람‘)의 파멸조차 감내하는 극한의 이기심을 사랑은 요구한다. 그, 또는
그녀가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사랑이 이기적인 것이다. - P652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4-02-15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승우는 저의 패이버릿 작가입니다. 훗.

새파랑 2024-02-16 16:57   좋아요 0 | URL
역시 소설천재 이부장님~!! 이 책 너무 디테일해서 어지러웠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