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에서 출판된 세계문학 단편선 중 사랑에 관한 단편을 모은 작품. 이미 읽었던 단편이 제법 있었지만, 새롭게 읽게 된 단편도 아주 좋았다. 다음은 죽음에 관한 단편집이다~!!

우리 여자들이 연약하다는 걸, 너무나 쉽게 굴복한다는 걸, 아주 쉽게 사랑에 빠진다는 걸 너도 알아야 해! 아주 하찮은 일로도 마음이 약해지고, 갑작스럽 게 감상적인 기분이 찾아들 수 있어. 손을 뻗어 만지고 싶고 껴 안고 싶은, 어느 순간이 오면 우리 모두가 느끼는 그런 욕망 말 이야! <달빛> - P11
"언니,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사랑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그리고 그날 밤 언니의 진정한 애인은 달빛이었던 것 같아."<달빛> - P15
땡그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건널목을 지나면서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기차는 드넓은 교외의 풍경을 뚫고 석양을 향해 달려 나갔다. 어쩌면 그녀도 석양을 바라보며 잠깐 걸음을 멈추고 있을 지도 몰랐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 옛일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 리고 밤이 찾아올 것이고, 그는 그녀와 함께 잠속으로 빠져들며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날의 해질녘 어둠은 영원히 태양을 가릴 것이고, 나무를 가릴 것이고, 꽃과 그의 젊은 날의 웃음을 가릴 것이다.<현명한 선택> - P208
그래, 가거라 하고 그는 생각했다. 4월은 끝났다. 4월은 흘러 갔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랑도 똑같이 되풀이되지는 않는다. <현명한 선택> - P220
청년은 둘의 우정이 지금이 시작이기를 바라며 이미 당신이라는 존재가 자신에게 아주 소중해졌다고, 실은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청년은 긴장하기 시작했고, 마치 자기 감정 때문에 안경이 자꾸 떨어지려 한다는 듯 떨리는 손가락으로 안경을 밀어 올렸다. 청년이 말했다.
"물론 전 당신에게 저에 대해 얘기해야 합니 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다소 이상하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우연인지 인연인지 모를 이 만남을 저는 계속 유지하고 싶습 니다. 로마를 혼자 여행하게 될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정말 행복하고 또 행복했습니다. 아주 최근에야 전……… 감히 생각하길..."
<윈첼시 양의 사랑> - P291
더할 나위 없이 세련된 상태에서 자기 이름을 그렇게 적는다고 생각해 보라. ‘스눅 스‘ 윈첼시 양은 자기가 정말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스눅스 부인이라 부르는 걸 상상했고, 은근히 모욕의 기운이 섞인 그 성을 생각했다. 윈첼시 양은 회색과 은색 카드에 쓰여 있는 ‘윈첼시‘라는 이름이 큐피트의 화살표로 지워지고 대신 ‘스눅스‘라는 이름이 적히는 것을 상상했다. 그것은 심약한 여성의 자존심 상하는 고백처럼 보였다! 윈첼시 양은 몇몇 여자 친구들 에게, 그리고 자신이 점점 더 세련되어지면서 오래전에 소원해져 버린 몇몇 식품점 사촌들에게 받을 끔찍한 축하를 상상했다. 사촌들은 봉투에 그 이름을 갈겨쓰고 비꼬며 축하할 것이다. 그 남자와 사는 게 아무리 즐거워도 어찌 그런 부분을 보상받겠는 가? 윈첼시 양은 중얼거렸다. "불가능해. 불가능해! 스눅스라니! <윈첼시 양의 사랑> - P293
"난 그녀를 너무나 사랑해…난 떠날래…"
아!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얼마나 가련한지요! 하지만 경멸로도 사랑을 끊을 수 없다는 건 참 지독한 일이죠!
<아를의 연인> - P315
당시 우리는 그녀가 미쳐 버렸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녀로선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그녀의 부친이 쫓아 냈던 그 많은 청년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기에, 남은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녀도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바로 그 대상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을 거라고, 누구라도 그녀와 같은 처지가 되면 그렇게 될 거라고 이해한 것이다.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송이 장미> - P348
한참 동안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움푹 파인 그 해골의 환한 미소를 내려다보았다. 그 주검은 한때는 포옹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음에 분명했지만, 지금은 사랑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자신을 저버린 일그러진 사랑마저 정복해 버린, 긴 잠에 빠져 있었 다. 잠옷 아래에서 썩어 간 그의 잔해는 그가 누운 침대에 그대로 달라붙어 있었다. 그의 위에, 그리고 그의 베개 위에도, 끈질 기게 견뎌 온 세월의 먼지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두 번째 베개 위에서 머리가 놓였던 움푹한 자 국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거기서 뭔가를 집어 들었고, 그것을 보려고 몸을 기울이자 그 희미하고 잘 보이지 않는 메마른 먼지 같은 것이 매캐한 냄새를 풍겼다. 우리가 본 것은 한 올의 기다란 철회색 머리카락이었다.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송이 장미> - P358
"왜요? 나는 당신을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다 좋아한단 말이에요." "그건 꽤나 괴로운 사랑이었어." "아마 마지막에 가서는 그랬겠지요. 그녀가 당신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말이에요. 하지만 여보, 그녀랑 행복했던 시절도 있었잖아요."
<영구 소유> - P399
"별건 아니고… 그냥… 어느 날 당신은 아테네에 대해서도 나풀에서의 추억과 똑같은 말을 하지 않을까요? ‘잘 기억나진 않아. 지금처럼 좋은 건 아니었어‘라고."
<영구 소유> - P403
오늘, 죽음은 왜 나에게 슬픔을 안겨 주지 않는 걸까? 혹시 그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걸까? 아니다, 나는 저 아이쉐 부인과 휘세인 아브니 씨에게 화가났던 것이다. 부부가 서로를 사랑한 다는 것을 무덤에서까지 말하는 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정자가 있는 무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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