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단편 하나 하나가 이렇게 다 좋을수가 있는지. 감탄에 감탄이다. 내일은 리뷰를 써야겠딘.




그녀는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문가의 전등 스위치를 향해 갔다. 메아리와 추억으로 풍성한 이 방은 분명 오늘 오후의 영향도 받게 될 터 였다. 어떻게 전과 같을 수 있겠는가? - P13

애니타 라이드는 출판사 원고 검토자가 무엇인지 알기 전인 1970년 대에 파이어플라이스 멤버로 춤을 추었고, 텔레비전에 출연해 춤추고 노래하는 삶의 흥을 즐겼다. 매력이 넘치고 나름대로 잘생긴 연상의 남자가 그녀를 흠모했고, 이윽고 그 남자는 그녀에게 자신과 결혼하는 걸 견딜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와 결혼하지 않는 걸 견딜 수 없다고 대답했고 그건 진심이었다. - P48

집을 판다는 표지판은 치워졌다. 다른 사람들이 그 집에서 산다. 클레어가 쓸쓸한 고독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것, 그걸 애니타는 지금 뒤늦게 쓸쓸한 고독 속에 받아들인다. 사랑이 오기 전, 우정이 더 나은 것이었을 때 있었던 모든 것을. - P64

그는 기다렸다. 왜 기다리는지, 무얼 기다리는지도 모르는 채 기다 렸다. 그가 붓을 씻고 아침을 위해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내는 소리만 이 밤의 정적을 깼다. 물감은 말랐고, 그는 전등을 하나만 남기고 다 끈 후 다시 그림에 시선을 돌리고 자신의 천사들의 완전함을 보았다. 그가 침대에 누웠을 때 정적을 깨는 바스락거림은 없었고, 그의 살결을 더듬는 손길도 없었다. 그는 잠을 자면서도 여전히 기다렸지만 꿈 속에서 오직 천사들만이 자신에게 위안이 되어준다는 걸 알았다. - P176

"굉장히 히스클리프적인데." 황무지에서 말을 타고 경주를 벌이는 사람들을 보고 그가 말했다. 그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는 그가 책을 읽어주었는데, 무슨 책이냐에 따라 그녀가 읽어주기도 했다. 그녀는 그 여름이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슬펐다. 그는 그 여름이 결코 끝나지 않을 거라고, 기억이 그걸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 P180

그녀는 자신이 과거 속 에 살고 있으며 과거는 늘 거기 그녀 주위에 있고 자신은 과거의 일부로 존재할 것임을 알았다. - P185

아침에 앤서니는 그곳에 다시 가보지 말았어야 했다는 걸 알았다. - P189

너를 다시 보니 기분이 얼마나 묘한지. 난 과거의 시간은 과거로 남아 있어야 하는 건지 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 집을 지나쳐갔어. 하지만 다시 마음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을 거야. - P189

그 편지는 소중했고, 그녀는 편지를 그가 접은 그대로 다시 접어서 간직해두었다. 그녀가 답장을 할 수 없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가 돌아왔던 것이다. - P190

"이제 다 끝났어." 앤서니가 말했다. "끔찍한 시간은 지나갔어." 끝나지 않았다. 기억이 허락하지 않을 테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점잖게 사라지지 않고 악마들을 풀어놓는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고, 그녀는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 P202

일꾼들이 의자를 뒤로 밀치고 일어선다. 붉은 타일이 깔린 바닥에서 그들의 장홧발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메리 벨라는 불안감을, 그리고 어쩌면 연민을 감지한다. 그녀는 그것들을 웃어넘기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변함없는 사랑이 그대로 남아 있음을, 그에게는 그 사랑이 그녀 의 그림자들 사이에 존재하고 그녀에게는 그와 함께했던 방들과 장소 에 있음을 일꾼들이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 사랑이 시들지 않을 것임을, 길고 느린 죽음이나 평범해진 사랑은 없을 것임을 일꾼들이 알 수 있기를 바란다. - P206

그녀는 여느 여행에서는 아버지가 독서에 몰입할 때 가끔 소외감을 느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 간간이 떠오르는 즐거운 미소, 책장을 넘기는 섬세한 손, 여행중에도 구겨지지 않은 여름옷이 그가 긴 세월을 두고 서서히 얻게 된 마음의 평안을 나타냈다. 그는 자신의 비통함을 잘 견뎌냈다. 어딘가에서, 오늘 그리고 모든 날에, 그가 끝까지 사랑했던 아내는 그가 주지 못한 만족감을 즐겼다. 그는 잔인한 인내심을 발휘해 그가 없는 그녀의 삶에 대해 곱씹으며 살 수도 있었지만, 그 대신 비우기를 택했고, 그것이 진실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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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6-15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윌리엄 트레버 몰랐던 작가인데 읽어보고 싶습니다^^ㅎ

새파랑 2023-06-16 18:30   좋아요 0 | URL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완전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