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긴한데, 비교하면 안되겠지만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 한편을 읽은 기분이었다. 새삼 트레버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들은 이런 식으로 사실은 아무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다. 장화 뒤꿈치로 잔디를 뜯고, 차를 몰고 가기 전에 지붕을 철썩 때리고, 침을 뱉고, 다리 를 쩍 벌리고 앉기를 좋아한다. 신경 쓸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 P12

"비밀이 있는 곳에는 부끄러운 일이 있는 거야." 아주머니가 말한다. "우린 부끄러운 일 같은 거 없어도 돼." - P27

"아주머니랑 아저씨한테 아들이 있었는데 개를 따라 구덩이에 들어갔다가 죽었다고, 제가 지난주 일요일 미사에 입고 간 옷이 그 애의 옷이라고 했어요." - P68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 P73

아저씨의 품에서 내려가서 나를 자상하게 보살펴 준 아주머니에게 절대로,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더욱 심오한 무언가 때문에 나는 아저씨의 품에 안긴 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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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3-05-30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laire Keegan 의 단편집 읽으면 진짜 William Trevor 더 연상됩니다.
새파랑님 정말 예리하신데요! 뭐, 그 정도로 William Trevor 가 Ireland 에서,
Irish 문학에서 대단한 족적을 남겼으니까요.

아직 한국어로는 출간되지 않은 것 같은데 단편집 <Antarctica>까지 읽었고
다른 단편집 <Walk the Blue Fields> 은 아직 쟁여두고만 있답니다.

<Small Things Like These>의 호평에 이어 <Foster> 영화 Version 이
Academy Award 에서도 각광 받으니 미국에서도
이 책 다시 Hardcover 로 나왔어요.

새파랑 2023-05-30 16:42   좋아요 1 | URL
국내(한국ㅋ) 번역본은 없는거 같더라구요. 요즘 이 책 잘나가는거 같은데 다른 작품도 더 출판되면 좋겠습니다 ㅋ

그런데 책이 너무 얇고 딱 한편만 실려 있어서 좀 그랬습니다 ㅋ 트레버 다시 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