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내취향의 책. 사람의 마음이란 왜 그렇게 변하는걸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워 ㅋ


나는 내가 골몰해 있는 문제를 남에게 털어놓는 일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성가심을 무릅쓰고 남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그럴 때면 쉴 새 없이 농담을 지껄여 대화에 활기를 불어넣음으로써 화제의 단조로움을 덜었다. 그러나 속마음을 내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P18

내가 어떤 것에도 구속받기 싫어하고, 그래서 나를 둘러싼 온갖 관계에 대해 항상 불안해하고, 어쩌다 새로운 관계라도 맺을라치면 괜한 두려움부터 앞서곤 하는 버릇도 역시 거기서 생겨난 것이다. - P18

나는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나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어떤 감정의 욕구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욕구는 대개의 경우 채워질 수 없는 것이었고, 그럴때마다 나는 나의 호기심을 끌었던 대상으로부터 차례로 떨어져 나가곤 했다. - P19

이런 태도는 말하자면 만사에 대한 무관심이었고, 이런 무관심은 결국 죽음에 관한 사색으로 말미암아 더욱 굳어져 버렸다. 죽음에 관한 사색은 젊은 시절부터 나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는데, 세상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문제에 관해 어쩌면 그렇게 무관심할 수 있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 P19

사람의 감정이란 참으로 모호하고도 복잡한 것이다. 그것은 눈으로 붙잡을 수 없는 수많은 인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쓰는 말은 언제나 조잡하고 또 너무 일반적이어서, 그런 감정을 뭐라고 지칭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감정을 어떤 것이라고 규정짓는 데에는 별 소용이 없다. - P27

그녀는 무엇보다 싫어하고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엘레노르는 자신의 운명과 끊임없는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녀는 일거수일투족 을 통하여 자신이 처해 있는 계급에 반항하고 있었던 것이 다. 그러나 현실이 자기보다 강하고, 아무리 발버둥 쳐보았자 자신의 처지를 조금도 바꿀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무척이나 불행한 느낌을 억누를 수 없었다. - P31

나는 내가 세운 목표를 향해 가능한 한 빨리 나아가야 한다고, 마치 의무감처럼 느끼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나는 기분에만 마음껏 젖어 있을 수가 없었다. 말만 꺼내면 성공은 문제없으리라는 생각에 하루라도 빨리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러다가도 내가 과연 엘레노르를 사랑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나를 끊임없이 사로잡았다. 나는 수많은 계획을 짜고, 그녀를 정복할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궁리했다. 한 번도 실행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성공하리라 확신하는 그 무경험의 자만심으로. - P34

나 혼자 있을 때의 내 속을 들 여다본 사람이라면 나를 더없이 냉혹하고 비정한 유혹자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녀 곁에 있는 나를 본 사람이라면 더 없이 순진하고 열렬한 연인으로 여겼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 두 개의 얼굴을 각각 나의 참모습으로 생각했을지 모르나, 실은 그 어느 것도 진정한 모습이 아니었다. 무릇 사람에게는 완벽한 조화가 있을 수 없다. 성실만으로 똘똘 뭉친 사람도 없고, 온통 악의만 가진 사람도 없는 법이다. - P35

"보다시피 저의 모든 것은 부인의 처분에 달려 있습니다. 제가 무슨 짓을 했기에 부인께서는 저를 고통에 빠뜨리면서 즐거워하시는 겁니까?" - P43

어제 일을 잊어주세요. 흥분에 휩싸였던 그 순간을 잊어주십시오. 그래서 전처럼 저를 맞아주세요. 제가 당신 을 사모하고 있다는 건 저 혼자서만 마음속에 간직해두어야 할 비밀이었어요. 그런데 괜한 흥분에 겨워 그 비밀을 털어 놓고 말았습니다. 저의 실수였어요. 부디 저의 실수를 용서 하시고, 어제 있었던 일은 모두 잊어주십시오. - P45

엘레노르, 제발 제 간청을 들어주세요. 당신도 어느 정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오로지 당신만을 생각하고, 당신만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통과 절망을 잊고 제가 아직도 한 가닥 삶의 행복과 희망을 느낀다면, 그건 다 당신 덕 택입니다. 이런 제가 당신 곁에 있고, 또한 저한테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 P46

사랑은 일종의 마술과 같은 것이어서 오랜 추억을 대신한다. 사랑은 마치 요술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하나의 과거를 만들어내어, 그것으로 우리를 감싼다. 사랑은 말하자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의 알지 못했던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듯한 느낌을 안겨주는 것이다. 사랑이란 한순간에 타오르는 하나의 불빛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것처럼 여겨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얼마 안가서 그것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이 존재하고 있는 동안은 지나온 시간을 밝혀줄 뿐만 아니라 장차 다가올 시간 위에도 밝은 빛을 뿌려주는 것이다. - P51

우리가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당신은내사람이 될 수 있었을 것을! 당신을 그토록 찾아다녔으면서도 너무나 뒤늦게 만난 까닭에 이토록 고통에 시달려야 하 는 이 마음, 내 마음을 위해 조물주가 창조해준 유일한 생명체인 당신을 내 품에 껴안고 있었을 것을! - P53

그러나 입 밖에 내지 않았다고 해서 엄연한 사실 이 숨겨지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더구나 속에 감추어 진 채 놓여 있는 사실이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되는 노릇이다. - P56

사랑을 시작하면서 그 관계가 영원할 것을 믿지 않는 남자가 있다면, 저주를 받을지어다! 여자의 품 안에 안겨 있으면서도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장차 그 품 안에서 벗어날 때가 오리라고 미리부터 점치는 남자가 있다면, 그 또한 저주를 받을지어다! - P57

사랑의 매력이여, 어느 누가 그대를 그려낼 수 있으랴! - P58

"어떻게 되든 당신은 곧 떠나겠죠. 그러나 미리부터 그때를 생각하진 마세요. 그리고 나 때문에 걱정하지도 마세요. 하루 한 시간이 나에겐 아까워요. 당신이 떠날 때까지, 순간 순간이 나에겐 소중하고 필요해요. 아돌프, 나는 어쩌면 당신 품에 안겨서 죽을지 몰라요. 왠지 그런 예감이 들어요." - P63

그러나 최초의 일격이 가해졌다. 최초의 장벽이 무너졌다. 우리는 다 같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말들을 입 밖에 내고 말았던 것이다. 입을 닫을 수는 있지만, 이미 뱉어버린 말들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노릇. 말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간직할 수는 있지만, 일단 입 밖으로 나와버리면 결코 되풀이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법이다 - P67

모든 것이 그녀의 영혼을 욕되게 만들고 그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어떤 사람이 발길을 끊으면 그 녀는 멸시당한 것이라 생각했고, 또 어떤 사람이 자주 찾아 오면 그것은 그녀에게 무언가 비열한 흑심을 품고 있는 증 거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녀는, 홀로 있으면 괴로움에 몸을 떨었고, 사람들 속에 있게 되면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혔다. - P75

"아돌프, 당신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이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내가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나를 위해 당신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거라고요. 당신은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동정일 뿐이에요." - P88

"아돌프! 당신은 나에게 준 고통을 모르세요. 하지만 언젠가는 알겠죠. 나를 무덤 속에 떨어뜨려버린 그때, 스스로 그걸 알게 될 거예요." - P129

"하지만 제발 부탁인데, 앞날의 이야기는 하지마세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자신을 책망하지는 마세요. 당신은 나에게 너무 좋은 사람이었어요. 나는 불가능 한 일을 바라고 있었어요. 내게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였지만, 당신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이제 며칠 만 더 나를 돌봐주세요." - P144

"자연은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는지 몰라요.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데…………"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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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3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4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5-25 2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네요. 심리소설인가요?
동정도 사랑일 수 있는지 헷갈립니다.^^

새파랑 2023-05-25 23:49   좋아요 2 | URL
심리소설인거 같습니다~!! (해설에 그렇게 쓰여있습니다 ㅋ)
전 아주 좋았습니다. 밑줄도 많이 긋고 ~!! 저도 동정이 사랑은 아니지만, 사랑이 안된다면 동정이라도.. 라는 생각을 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