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최고다. 이 책을 읽은 오늘은 정말 행운의 날이다.






그래, 넌 무척 기묘한 장소에 세워져 있지. 너는 이미 다시는 찾아볼 수 없게 된 소녀의 모습에 사랑을 느끼고, 이미 죽어버린 소년을 질투하고 있는 거야. 그럼에도 그 상념은 지금까지 네가 현실에서 체험한 어떤 감정보다도 훨씬 더 생생하고 애절한 것이지. 그리고 거기에는 출구가 없어. 출구를 발견할 가능성조차 없는 거야. 너는 시간의 미궁 속에 빠져버린 거다. 가장 큰 문제는, 네가 그 시간의 미궁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야. 그렇지? - P29

"그 말은 아마도 사에키 씨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야? 아니면, 사에키 씨를 아마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야?"

"아마도이긴 하지만, 매우 강렬하게 사랑하고 있단 말이지." - P36

"하지만 시간이라는 것이 있는 한 누구나 결국에는 훼손되고, 모습이 변하게 되는 건 아닐까? 조만간에."

"설사 언젠가는 훼손된다 하더라도, 되돌아갈 수 있는 장소는 필요하지요."

"되돌아갈 수 있는 장소?"

"돌아갈 가치가 있는 장소라는 말입니다." - P39

내가 사랑하고 있는 상대가 열다섯 살 소녀로서의 사에키 씨인지, 아니면 현재의 쉰 살이 넘은 사에키 씨인지 점점 알 수 없어진다. 그 둘 사이에 있어야 할 경계선이 흔들리다가 희미해지면서 그 모습은 흐려진다. 그것이 나를 혼란시킨다. 나는 눈을 감고, 마음속에 있는 중심축 같은 것을 찾는다. - P76

그녀의 얼굴이나 모습은 나에게 있어 하루하루 지나는 그때마다 특별하며 귀중한 것이다. - P46

사쿠라 씨는 현실세계에 살며 현실의 공기를 마시고, 현실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어. 사쿠라 씨와 얘기를 하고 있으면, 내가 현실세계와 확실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거든. 그건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야." - P90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사에키 씨가 열다섯 살이었을 때를 알고 있습니다. 저는 열다섯 살 때의 당신을 사랑한 겁니다. 아주 깊이, 그리고 그녀를 통해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 소녀는 지금도 당신 안에 있습니다. 언제나 당신 안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잠들면 그녀는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보입니다." - P116

나는 어느 시기에 너무 완벽한 것을 손에 넣고 말았지. 그래서 그 뒤로는 그저 자신을 손상시켜 갈 수밖에 없었던 거야. 그것이 내게 내린 저주야. 살아 있는한 나는 그 저주로부터 도망칠 수 없어. 그러니까 죽음은 두렵지 않아. 그리고 다무라 군의 질문에 대답한다면, 그 시간은 대충 알고 있어. - P118

"누구나 사랑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결여된 일부를 찾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다소의 차이는있을망정 언제나 애절한 마음이 되는 거야. 아주 먼 옛날에 잃어버린 그리운 방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 기분이 되는 거지. 당연한 일이야. 그런 기분은 네가 발명한 게 아니야. 그러니까 특허 신청같은 것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 P122

"제가 추구하는 것은, 제가 추구하는 강함은 이기거나 지거나 하는 강함이 아닙니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받아치기 위한 벽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받아 거기에 견뎌내기 위한 강함입니다. 불공평함이나 불운, 슬픔이나 오해, 몰이해ㅡ 그런 것에 조용히 견뎌나가기 위한 강함입니다." - P157

"저는 어렸을 때부터 꽤 많은 것을 빼앗겨왔습니다. 수많은 소중한 것들을 말입니다. 저는 지금 조금이나마 그것을 되찾아야 합니다." - P161

자신이 올바른 장소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 - P172

"왜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일까요?"

"아마 넓고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겠지." - P206

"저 말이야, 아저씨, 세상에는 ‘독을 먹으려면 접시까지‘ 라는 말이 있지."

"무슨 뜻입니까?"

"독을 먹어버렸으면 내친김에 접시까지 먹어치우라는 얘기지." - P210

요컨대 사랑을 한다는 건 그런 거야, 다무라 카프카 군. 숨이 멎을 만큼 황홀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네 몫이고, 깊은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것도 네몫이지. 넌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그것을 견뎌야만 해. - P216

돌과 얘기할 수 있는 인간도 있는 마당에 사내와 자는 사내가 있다고 해서 뭐가 이상한가. - P262

"만일 당신이 《햄릿》을 읽지 않은 채 인생을 마친다면, 당신은 탄광의 깊숙한 막장 속에서 일생을 보낸 것과 같다‘ 라고 말입니다." - P265

나는 숲의 한가운데에 발을 들여놓는다. 나는 속이 텅 빈 인간이다. 나는 실체를 잡아먹는 공백이다. 그러니까 더 이상 두려워해야 할 것은 없다.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나는 숲의 중심에 발을 들여놓는다 - P281

"추억이란 당신의 몸을 안쪽에서부터 따뜻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당신의 몸을 안쪽으로부터 심하게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이기도 합니다." - P283

"나카타는 그것을 어렸을 때 겪은 전쟁에서 잃어버렸습니다.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나카타가 그런 일을 당해야 했는지, 나카타는 잘 모릅니다. 어쨌든 그로부터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이제 서서히 여기를 떠나야만 합니다." - P285

"그래요. 그것을 끌어안고 사는것이 아무리 괴로워도 살아 있는 한 저는 그 기억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요. 그것이 제가 살아왔다는 유일한 의미이고 증거니까요." - P286

"쓴다는 사실이 중요했던 모양이죠?" 하고 나카타 씨가 물었다.

"네, 그래요. 쓴다는 사실이 중요했어요. 이미 다 써버린 것에는, 그 완결된 형태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 P289

"아주 오래전부터 당신을 알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하고 사에키 씨가 말했다. "당신은 혹시 저 그림 속에 계시지 않았나요? 해변의 배경에 있는 사람으로, 흰 바지자락을 걷어올리고 발을 바다에 담그고 말이에요." - P289

"왜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것이, 그 누군가를 깊이 상처 입히는 것과 같아야 하는지를 말이야. 즉 만일 그렇다면,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것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어?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만 하는 거냐구?" - P303

"그건 어떤 기분일까. 네가 완전히 너이면서, 동시에 온전히 내일부가 된다는 것은?"

"내가 나이면서 온전히 네 일부가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고, 일단 익숙해지면 아주 간단한 일이야. 하늘을 나는 것처럼." - P367

"그래도 어쨌든 돌아가지 않으면 안 돼."

"설사 내가 돌아가야 할 곳에 아무것도 없어도? 누구 한 사람 내가 거기에 있기를 원하지 않아도요?"

"그렇지 않아" 하고 그녀는 말한다. "내가 그러기를 원하고 있어.다무라 군이 거기 있기를 내가 원해." - P371

"나를 기억해 주는 것. 다무라 군만 나를 기억해 준다면, 다른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잊어도 괜찮아." - P371

"기억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하고 나는 다른 질문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고 그녀는 말한다. 그리고 눈을 살짝 감는다. "기억이란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될 수 도 있지." - P372

"그 그림을 앞으로 계속 다무라 군이 가졌으면 좋겠어" - P373

"왜냐하면 넌 거기에 있었거든. 그리고 나는 그 옆에서 너를 보고 있었고. 아주 오래전에 그 해변에서, 바람이 불고, 새하얀 구름이 떠 있고, 계절은 언제나 여름이었지." - P373

"내가 무엇보다도 사랑하던 것을. 나는 언젠가 그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을 두려워했던 거야. 그래서 내 손으로 그것을 버릴수밖에 없었어. 빼앗기거나 어떤 우연한 일로 사라져버릴 거라면, 차라리 내가 버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 거지. 물론 거기에는 사라지지 않는 분노의 감정도 있었어. 하지만 그건 잘못된 일이었어. 그것은 결코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어." - P374

"내가 그것을 원하고 있어. 네가 거기에 있기를 내가 원해" - P378

"말로 설명해 보았자 그곳에 있는 것을 올바로 전할 수 없기 때문에 말을 못 한다는 것 아닌가?" - P405

"소중한 기회와 가능성, 돌이킬 수 없는 감정. 그것이 살아가는 하나의 의미지.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는, 아마 머릿속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을 기억으로 남겨두기 위한 작은 방이 있어. 아마 이 도서관의 서가 같은 방일 거야. 그리고 우리는 자기 마음의 정확한 현주소를 알기 위해, 그 방을 위한 검색 카드를 계속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지. 청소를 하거나 공기를 바꿔 넣거나, 꽃의 물을 바꿔주거나 하는 일도 해야 하고, 바꿔 말하면, 넌 영원히 너 자신의 도서관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거야." - P413

"세계는 메타포야, 다무라 카프카 군" 하고 오시마 씨는 내 귓가에 대고 말한다. "하지만 나에게나 너에게나, 이 도서관만은 아무런 메타포도 아니야. 이 도서관은 어디까지나 이 도서관이지. 나와 너 사이에서 그것만은 분명히 해두고 싶어." - P416

"잠을 자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너는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을 거야." 이윽고 너는 잠이 든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너는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다. - P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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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11 1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 책
한 번 더!👆
읽으실 것 같습니다 ^^

새파랑 2022-11-11 15:47   좋아요 1 | URL
개정판 나오면 읽겄습니다 ㅋ 너무 많이 읽은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