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에 읽은 책. 정말 어렵지만 매력적인 책이었다.


"혹시 백작님을 아십니까?" "아니요." 선생은 이렇게 말하면서 몸을 돌리려고 했으나, K는 물러서지 않고 재차 물었다. "뭐라고요? 백작님을 모른다고요?" "내가 그분을 알아야 한단 말이오?" 선생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프랑스어로 소리 높여 덧붙였다. - P18

"제 주인이 언제 성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언제라도 절대 들어올 수 없어." 수화기에서 들려온 대답이었다. "좋습니다." K는 이렇게 말하고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 P35

두사람이 말없이 걷기만 한다면, 바르나바스로서도 어쩌면 그저 계속 걸어가는 것 자체가 두사람이 동행하는 목적이 될 수 있었다. - P44

성에서 온 신사분들은 잠을 아주 많이 자는데, 이해가 잘 안돼요. 하기야 그렇게 많이 자지 않는다면,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참아낼 수 있겠어요? - P60

하지만 클람을 실제로 보는 일은 절대 불가능해요. 내가 오만해서 하는 말이 아니에요. 나 자신도 그럴 수가 없거든요. 당신은 클람이 당신과 대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분은 마을 사람들과도 결코 대화하지 않아요. 그분은 여태껏 마을 사람들과 직접 대화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요. 하지만 그분은 적어도 프리다의 이름은 부르게 되었고, 프리다는 원한다면 그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심지어 엿보기 구멍으로 들여다보는 일도 허락받았어요. 그것은 프리다에게 엄청나게 영예로운 일이고, 나로서도 죽을 때까지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죠. 하지만 그분은 프리다와도 정말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어요. 그리고 그분이 프리다를 가끔씩 불렀다고 해서, 사람들이 부여하고 싶어하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는 할 수 없어요. 그분은 그냥 프리다라는 이름을 불렀던 것이고ㅡ그의 의도를 누가 알겠어요? 프리다는 스스로 알아서 부랴부랴 달려갔던 거죠. - P74

"당신은 어디로 가든지 이곳에서는 가장 무지한 사람임을 잊지 말고 조심하세요. 여기 우리 집에서는 프리다가 있어서 해를 입지 않고 보호받고, 가슴을 활짝 열고 지껄일 수도 있을 거요. 이곳에서 당신은 이를테면 클람과 면담하겠다는 의중을 우리에게 털어놓을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기를 제발, 제발 부탁드려요." - P83

나는 물론 무지한 상태고, 그 사실은 어쩔 수 없으며 나로서는 무척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장점이 될지도 모르죠. 무지한 사람은 대담해서 더욱 많은 것을 감행한다는 장점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무지함과 또 그로 인해 빚어지는 불행한 결과들을 아직 힘이 남아있는 한은 참고 견딜 생각이오. 하지만 - P83

"하찮은 혼란이 상황에 따라서는 한사람의 실존을 결정한다는 점을 통찰했기 때문입니다." - P94

"나로서는 아직은 그 관청들을 잘 이해할 수 없군요. 다만 두가지 사실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는 관청 내부에서 일어나는, 관청의 입장에서 이런저런 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일이 있고, 둘째로는 관청의 외부에 있고 관청에 의해 정말 어처구니없이, 그래서 그 위험의 심각성을 온전히 알지 못한 채 권리를 침해받을 우려가 있는 나라는 실제 인물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촌장님이 그토록 경탄할 만큼 비상한 지식을 갖고 설명해준 내용은 전자에 해당하지요. 그런데 저로서는 나에 관해서도 한마디쯤은 듣고 싶습니다." - P96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이곳에 머물기 위해서야. 나는 이곳에 정착할 거야." - P193

K는 교실 의자에 앉아 그녀의 지친 몸동작을 바라보았다. 그녀의빈약한 육체에 그나마 아름다움을 부여했던 것은 활기와 단호함이었는데, 이제는 그 아름다움이 사라진 상태였다. K와 며칠을 함께보낸 것이 이러한 효과를 가져오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여관 주점의 일은 수월하지는 않지만, 그녀에게는 더 적합했던 것 같았다. 아니면 클람의 영역에서 멀어진 것이 쇠락의 진정한 원인일까? 클람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 그녀를 더없이 매혹적으로 만들었고 또 그 매혹에 사로잡혀 K는 그녀를 낚아챘던 것인데, 이제 그녀는 K의 팔에서 시들어가고 있었다. - P192

그래서 바르나바스가 아침에 성으로 간다고 하면, 나는 마음이 우울해져요. 아무리 봐도 무익한 성으로의 여행, 아무리 봐도 헛수고인 하루, 아무리 봐도 허망한 희망인 거죠.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 P253

우리는 각자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와서 만났고, 서로를 알고 난 이후부터 우리 각자의 삶은 완전히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어. 우리는 아직도 우리 자신에 대해 불안해하는데, 모든 것이 너무 새로운 거야. - P358

"만약에 우리가 바로 그날 밤에 다른 곳으로 이주했더라면, 지금우리는 어딘가에서 안전하게 있을 것이고, 항상 함께 지내면서, 언제든지 가까이 있는 당신 손을 잡을 수 있겠지. 나는 당신이 곁에 있어주길 얼마나 바랐는데, 당신을 알고부터 나는 당신이 곁에 없으면 정말 버림받은 심정이었어. 당신 곁에 있는 것, 내 말을 믿어줘, 그게 나의 유일한 꿈이야 다른 소원은 없어." - P359

"어째서 이곳의 문들은 잠글 수 없는 걸까요, 안그래요? 거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어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격언에 따르면 비서들의 문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고 해요. 하지만 그것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죠." - P366

그는 야간심문에 소환되었는데, 야간심문이 왜 도입되었는지 모른단 말인가? 야간심문의 유일한 목적은―K는 여기서 그 의미에 대해 다시 설명을 들었다―신사 나리들이 낮에 민원인들을 보는 것을 도저히 견디질 못해 밤에, 인공조명 아래서 얼른 민원인을 심문하고 심문이 끝나자마자 잠을 자면서 온갖 불쾌한 것을 즉시 잊어버리는 데 있었다. - P394

"당신이 프리다에게 반한 것은 그녀가 당신에게서 달아났기 때문이죠. 떠난 여인을 사랑하게 되는 건 으레 있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만일 사태가 당신이 말한 바와 같다고 해도 그러니까 모든 점에서, 심지어 당신이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도, 당신 생각이 옳다고 해도, 이제 당신은 어떻게 할 셈이죠? 프리다는 당신을 떠났고, 당신 설명으로나 내 설명으로나 그녀가 당신에게 돌아올 희망은 없어요. 그녀가 돌아온다고 해도 그동안은 어디서든 지내야 해요." - P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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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11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많이 난해하다던데 새파랑님의 본격 리뷰를 기다립니다. ^^

새파랑 2022-10-11 14:25   좋아요 0 | URL
저 너무 어렵게 읽어서 100자평으로 퉁칠려고 했는데 😅

바람돌이 2022-10-11 14:28   좋아요 1 | URL
아니 아니 안되어요!!!!

새파랑 2022-10-11 16:51   좋아요 0 | URL
헉 ㅋ 그럼 200자평으로 ㅋ

바람돌이 2022-10-11 18:28   좋아요 1 | URL
300자로 합의하시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