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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죽은 나무들을 막 지나쳤을 때, 그 아이가 달려 나왔다. 푸른색 오두막에서 나와 차로 달려든 것이다. 카할은 이 도로에서 차들을 향해 돌진하는 아이가 있다는 얘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자신은 그런 일을 겪은 적 없고 그곳을 지나가며 아이를 본 적도 없지만, 그 일은 종종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쿵 하는 진동을 느낀 것은, 전조등이 벽 근처 흰 원피스와 이윽고 달려 나오는 아이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비춘 뒤 1초도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 P20

폴더그에 찾아갔던 언제인가 카할은 동정녀의 뺨에서 예전에는 눈물이라고 간주되던 물기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물기가 고인 곳에 손을 대고 젖은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갔다. 짠맛은 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차를 돌려 나오며 재봉사의 파란 오두막을 지나가는데, 그녀가 앞마당에 나와 화단의 잡초를 뽑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지만, 그는 그녀에게 가고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렇게 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 P35

"샤론 리치는 살해당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술 몇 잔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말이었다. "제 남편이 피의자였고요." - P41

그는 그렇지 않다고 그게 바로 문제라고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가 그런 말을 하려 한다는 것을, 마음을 바꾸기 전 그의 얼굴을 보고 그녀는 알았다. 그리고 물론 그가 옳았다. 그는 바보가 아니니까. 호기심이란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 P46

9년 내내, 사랑이 있었다. 단순한 위안을 넘어서는,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기엔 너무 강렬한 사랑, 은밀함은 아직도 짜릿할까? 그 의문 역시 입 밖에 낸 적 없었다 - P57

그는 붐비는 레스토랑에 앉아 자문했다, 그게 그리 대수였을까? 그녀가 남편에게 바랐던 여러 번의 여정을 시작조차하지 않았던들? 어둠에 덮여가는 그녀의 황혼녘 저 깊은 곳에, 그는 알지 못하는 어린 시절에, 그의 것도 그들의 것도 아니고 오직 그녀의 것인 그림자 속에서, 아직도 두 사람이 자리할 곳이 남아 있다 해도 그 모든 잊힌 것들 속에서, 역시 잊혀버린 충동적인 약속 하나를 그녀의 손에서 툭툭 떨어지는 카드들처럼 한쪽으로 치워둔다 한들 그게 무슨 대수일까? - P84

거기 간다 해도 그는 햇볕이 비치는 의자에 앉아 있지 않을것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을 것이다. 슬롯머신에서 게임을 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며, 맥도널드에 있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눈을 감으니 거기에 그의 미소가 있었고 그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준 선물인 목걸이에 입을 맞췄다. 그것을 항상 고이 간직하겠다고 그녀는 다짐했다. - P143

제임스는 죽었다. 그때가 아니라 겨울에 폐렴으로, 뇌졸중은 다시 발병하지 않았으며 처음 발작 직후보다 거동도 수월해진 상태였다. 그의 침실에서는 난롯불이 꺼지지 않았고 가족들은 차례로 자주 찾아와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그는 피로했다. 그래서 여든 살 생일을 이틀 지나 마침내 그 순간이 왔을 때, 그는 떠나게 되어 기뻤다. 좋은 죽음이다. 그 스스로가 그렇게 평했다. - P151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가정부가 나간 뒤 그녀는 생각했다. 어쨌거나 바뀌어야 할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박해는 이 시대에 좀 더 어울리도록 흉한 상황 전환을 이루었다. 가문에 내려진 무자비하고 가차 없는 벌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감당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인공적인 어둠 속에서, 그것은 감당될 수 있을 것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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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03 0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낼 완독!
오후 늦게
리뷰 완성!

이제 새파랑님에게
트레버 책은
딱 한권 남았을 것 같습니다 ^^

새파랑 2022-08-03 08:04   좋아요 0 | URL
책은 거의 다 읽었는데 리뷰는 언제쓸지? 😅 이제 얼마 안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