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역시 좋다. 왜 그렇게 원망의 말을 안했는지 답답하면서도 공감이 되었다. 그런데 우울한 기분이 이 책을 읽고 더 우울해졌다.




그 순간 나는 내가 해온 모든 것이 눈사태처럼 무너져 내린 듯한 공허감에 사로잡혔다. 자신이 해온 것은 모두 헛고생이 되고 의도한 일은 모두 무의미해지며 신앙했던 것은 사실 자기만족을 위해서였다는 사실이 눈앞에 들이대진 것 같았다. 그때 다시 웃음소리가 들렸다. 전보다 더 큰 홍소가 울려 퍼졌다. - P338

하지만 조금 전과 지금은 모든 것이 근본에서부터 다르다. 일본은 기리시탄 금지로 들어선 것이다. 금지로 돌아섰다는 것은 멕시코와의 통상도 버렸다는 뜻이다. 자신들에게 맡겨진 소임도, 여행도 모두 헛되고 무의미하게 변했다는 뜻이다. - P348

무엇을 위해, 무엇을 위해, 무엇을 위해 - P348

우리는 함께 좌절한 자였다. 불확실한 샘을 찾아 오늘도 내일도 사막을 여행하는 유랑민과 비슷했다. 입 밖에 내서 말하지는 않아도 그들은 믿고 있던 영주와 평정소에 배신당했다는 슬픔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나도 내가 꿈꾸는 것을 주님이 버린 고통을 맛보았다. 지금에야 비로소 배신당한 자와 버림받은 자 사이에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듯한 우정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P353

사령관은 목이 쉰 나의 중얼거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다나카에게 자살이라는 큰 죄를 범하게 했다면 그것은 내 탓이다. 나의 오만한 계획이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다나카를 벌한다면 나야말로 벌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주여, 그의 영혼을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에게 그 죄에 대한 벌을 물어주십시오.‘ - P410

그때 그는 세계가 이렇게 넓을 줄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넓은 세계를 본 후에는 그저 피로만 남고 지금은 마음속 깊은 곳까지 지쳐 있다. - P413

그 미지의 운명, 그것을 끝내고 마침내 돌아왔다. 기쁨도 없고, 공허한 기분과 피로감만 남아 있는 건 왜일까. 너무 많은 것을 봤기 때문에 보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일까. 너무 많은 것을 맛보았기 때문에 맛보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일까. - P432

세계는 넓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 P456

"자네는 정치의 변화에 운 없이 휩쓸린 거야." 귓가에는 조금 전에 이시다가 한 말이 아직도 또렷이 남아 있다. "원통하겠지. 자네의 원통함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네." - P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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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6-09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께 엔도 슈사쿠 두권 땡투했어요👍👍안 읽었으면 큰일날뻔 했습니다😭

새파랑 2022-06-09 23:14   좋아요 1 | URL
앗 ㅋ 저도 플친님 리뷰보고 구매했어요~ ㅋ 북플의 순기능(?) 인거 같아요 ^^
역시 책부자 미미님 감사합니다~!! 전 요새 중고 삼매경이여서 땡투가 별로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