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마카르는 나약한 여자애처럼 아들에게 빌붙어 살며 아들의 애인들을 눈앞에서 가로채기 일쑤였고, 토요일만 되면 아들의 월급을 빼앗아 쓰려고 그의 작업장 앞에서 기다리곤 했다. 어머니가 늘 맞으면서 뼈빠지게 일만 하다 죽자, 바로 그전에 애인과 파리로 도망간 누이 제르베즈처럼, 그도 무위도식하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쳤다. - P122
농장을 헐값에라도 팔고 다른 일을 했어야 했는데, 아마도 그동안 해오던 일이고 언젠가 변할 거라는 희망, 그리고 열정 때문일까요? 일단 이 빌어먹을 땅에 붙들리면 헤어나질 못해요. - P192
"당신, 다 당신 잘못이야! 야생트에게 돈을 준 게 바로 당신이잖아…… 당신은 나를 사랑한 적이 없어. 당신은 늙은 탕녀라고!" 그가 거칠게 밀쳐버리는 바람에 그녀는 힘없이 나뒹굴어 벽에 부딪히면서 주저앉았다. - P272
아내를 묘지에 묻고, 푸앙 영감은 그들 부부가 오십 년 동안 힘들게 살아왔던 집으로 혼자 돌아갔다. 그는 선 채로 빵 한 조각과 치즈를 먹었다. 그러고 나서 슬픔을 어떻게 삭여야 할지 몰라 텅 빈 건물들과 텃밭을 하릴없이 오갔다. 이제는 할일이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그는 자신의 예전 땅들을 보러, 밀이 잘 자라는지 보러 고원으로 올라갔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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