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가리의 고독과 고뇌가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된 작품.




자기 위장 증세가 있음. 몇 년에 걸쳐 집요하게 계속되어 현재 상태에 이름, 자신이 실재하는 존재인지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편집증적 성격으로 판명됨.

인정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앞 다투어 위장을 하고 있지 않은가. - P10

나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내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를 줄곧 찾고 있다. 동류 의식을 느끼고 싶은 욕구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 P12

침묵에 귀를 기울이면 침묵의 말까지 알아들을 수 있다. 침묵은 특히 끔찍한 동시에 가장 알아듣기 쉬운 말이기도 하다. 오히려 생생하게 살아 울부짖는 말이야말로 무관심 속으로 떨어져 아무도 듣지 않는다. - P19

덴마크의 앰뷸런스 소리는 프랑스 것보다 훨씬 들어줄 만하다. 똑같이 앰뷸런스를 타고 간다 해도 덴마크인들의 통증이 프랑스인들의 그것보다 덜하기 때문에 그렇게 요란하게 경적을 울릴 필요가 없는 모양이다. - P37

"알았어요. 하지만 파리에서 나돌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수가 없군요."

"무슨 얘기 말인가요?"

"당신의 책을 사실은 누군가 대신 써주었다. 누군가 당신이 그 책을 쓰는 것을 도와주었다고들 해요." - P133

나는 익명으로 남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익명의 시골 익명의 마을에서 익명의 여자와 익명의 사랑을 나누어 역시 익명의 가족을 이루고 익명의 인물들을 모아 새로운 익명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 P136

에밀 아자르가 실제 인물이 아니라고, 가공의 인물이라고 한 언론 보도는 옳다. 단언하건대 나는 교묘하게 가공된, 나아가 조작된 존재이다. 사실 우리는 모두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가공된 존재가 아닐까. - P152

"어쨌거나 프랑스에서 내가 이 정도로 과소평가되다니 놀라운 일이다. 사람들은 네 책의 저자로 크노와 아라공은 의심하면서, 너와 그토록 가까운데도 나를 의심하지 않다니 말이다." - P187

"우리가 당신들을 위해서 뭘 하면 좋을까요?"

"계속해서 글을 쓰세요." 그녀가 말했다.

이것은 내 마지막 책이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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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2-03-05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양반은 왜케 잘생긴 겁니까ㅎㄷㄷ

새파랑 2022-03-05 10:09   좋아요 1 | URL
잘생기고 글도 잘쓰고.. 세상은 불공평한건가요? 😅 그래도 감정적으로 많이 힘든 삶을 살았을거 같아서 연민이 생기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