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은 잃시찾은 너무 좋네. 정말 깜짝놀랄만한 작품이다. 너무 좋았다.

현실이란, 아무리 불가피하다 할지라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람들은 흔히 타인의 삶에 관해 뭔가 정확한 세부 사항을 알면, 그로부터 정확하지 않은 결론을 도출하고, 또 새로이 발견한 이 사실에서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에 대한 설명을 찾기 때문이다.
(정확하지 않은 것들의 연속) - P14
고통은 미친 짓이야. 고통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더 미친 사람이야 - P16
진실이란 이처럼 우리 각자에게서 그토록 쉽게 변하는 법이라, 타인은 그것을 알아보기 힘들다. - P31
사랑이란 어쩌면 어떤 감정의 분출을 겪고 난 후, 영혼을 뒤흔드는 소용돌이가 확산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33
누구나 자신의 기억 속에 수집된 추억을 회상하면서 느끼는 기쁨은, 이를테면 육체의 병이 주는 압박과 거기서 회복되고 싶은 나날의 기대로 인해, 한편으로는 이런 추억과 흡사한 장면을 자연 속으로 찾으러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추억에 대해 욕망이나 욕구의 상태에 머무르면서 그것을 단순한 회상이나 장면으로 간주하지 않기 위해 곧 자연 속으로 찾으러 갈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에게서 보다 강렬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 P42
우리가 흔히 농담으로 하는 말들은 대개는 그 농담과는 반대로, 우리가 어려움에 시달리며, 하지만 어려움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며, 더 나아가 우리와 얘기하는 사람이 그에 대해 농담하는 걸 들으면서,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어 주기를 바라는 은밀한 기대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농담의 숨겨진 의미) - P50
주위에 펼쳐진 광대한 지대에서 하나의 작은 부분을 탐색하고, 실제로 그 부분을 스스로에게 재현해 보이려 할 때면, 우리에게 미지의 존재로 남아 있는 타인의 실제 삶은 한층 더 멀어질 뿐이다.
(알면 알수록 더 멀리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 P102
혼자 있을 때면 그녀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녀는 내 곁에 없었고 나는 그녀를 소유할 수 없었다. 그녀가 내 곁에 있을 때면 나는 그녀에게 말할 수 있지만, 나 자신의 부재로 인해 그녀를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가 잠이들면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녀가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으므로, 나는 더 이상 자아의 표면에 살 필요가 없었다. - P114
얼마나 많은 사람과 도시와 길을 우리는 질투 때문에 알고 싶어 하는가! 질투는 앎에 대한 갈증이며, 그런 갈증 덕분에 우리는 일련의 고립된 요소들에 대해서는 온갖 지식을 차례로 취득하지만, 정작 원하는 것은 얻지 못하고, 언제 의혹이 나타날지도 결코 알지 못한다. 분명하지 않은 문장 하나가, 의도적인 목적으로 주어진 게 틀림없는 알리바이 하나가 갑 자기 떠오르기 때문이다. - P139
사랑은 이 존재가 과거에 차지했던, 또 앞으로 차지할 공간과 시간 속의 모든 지점으로의 확대이다. 그러므로 만일 이 존재가 접촉했던 장소나 시간을 알지 못한다면, 존재를 소유하지 못한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이 모든 지점에 이를 수는 없다. 그 지점이 어디인지 지적되기만 해도, 어쩌면 그곳까지 손을 뻗을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찾지 못하고 그저 더듬을 뿐이다. 거기서 불신과 질투와 박해가 연유한다. 우리는 엉뚱한 길에서 찾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곁에 있는 줄도 모르고 진실을 지나친다. - P162
사랑의 고뇌는 때때로 멈추었다가 다른 형태로 돌아온다. 우리는 사랑하는 여인이 더 이상 공감의 열정을 갖지 못하고, 초기의 애정 어린 은근한 접근도 하지 않음을 보고 슬퍼하며, 어쩌면 그녀가 우리에 대해 잃어버린 열정이나 그 접근을 다른 이와 더불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괴로워한다.
(사랑의 고뇌란~) - P166
질투는 양분이 모자라면 끝나기 마련이며, 그것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필요한 양분을 구해 왔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이런 상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질투의 양분) - P170
우리가 욕망하는 젊은 여인이란 연극의 배역과도 같은 것인가? 처음 특정 배우를 위해 만들어졌던 역이, 그 역을 맡았던 여배우가 시들면 새로운 인기 여배우에게로 넘어가는? 하지만 그때 그녀는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다.
(같은 사람이 아니다.) - P204
우리는 스스로의 욕망은 결백하다고 생각하지만, 타인의 욕망은 끔찍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관계되는 일인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에 관계되는 일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이런 차이는 욕망뿐 아니라 거짓말과도 관계가 있다. - P280
어날 저녁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갈매기 같은 소녀들의 무리에 둘러싸인 채 느린 걸음으로 방파제를 걷던 새가, 일단 내집에 갇힌 몸이 되자, 알베르틴은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가질 수 있는 온갖 기회와 더불어 그녀의 빛깔도 다 잃어버렸다. 그녀는 점차 자신의 아름다움을 잃어 가고 있었다.
(빛깔을 잃어버렸다.)
- P285
어쩌면 욕망이 없다면 꿈도 꾸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꿈이 좌절되는 걸 보고, 그런 좌절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꿈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 P302
그러나 나의 소망은 알베르틴이 젊거나 아름답게 보이지 않아, 거리에서 뒤를 돌아다보려고 고개를 돌리는 일이 자주 없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질투에 사로잡힌 연인의 마음을 안심시켜 주는 것은, 젊은 여자를 보살펴 주는 나이 든 부인이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의 얼굴에 나타나는 나이 든 모습이기 때문이다.
(공감이 가면서도, 그러면 나도 고개를 돌리지 않을까 싶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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