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에 대하여 말할 줄 모른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그것이 일시에 나를 내 모든 의무로부터 해방시켜준다는 것이다.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하나의 행복한 익사자가 된다. - P123
"내가 한 말을 명심해두어라. 지금부터 너는 나를 위해 싸워야 한다. 저들이 주먹으로 너를 어떻게 하건 나한텐 상관없어.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그게 아니야. 필요하다면 넌 죽기라도 해야해" - P149
서둘러야겠다는 것을, 어서 빨리 불후의 명작을 써야겠다는 것을 느꼈다. 나를 전무후무한 최연소 톨스토이로 만들어, 즉시 어머니의 고생을 보상해주고, 어머니 일생에 왕관을 가져다줄 수 있게 할 걸작을. - P180
나이는 상관없지요, 니나, 가슴이란 결코 늙지 않으니까요. 거기다 가슴에 자국을 남긴 공허나 부재는 언제까지나 남아 있어서 더욱 커지기만 할 따름이니까요. 나도 내 나이를 분명히 의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관계란 성숙했을 때 활짝 피어날 수 있는 것이지요. - P196
나에겐 도망칠 권리가, 어머니의 도움을 마다할 권리가 없었다. 나의 자존심, 나의 남성다움, 나의 존엄성, 이 모든 것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내 미래에 대한 전설이 어머니를 살아 있게 하는 힘이었다. - P213
"왜 불합격했는지 알고 싶은가?"
"네가 귀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너무 최근에 귀화했어, 삼 년은 길다고 할 수 없어." - P257
나는 그때 조국 해방 전선의 유공자였고, 레지옹 도뇌르 기사장 수여자였으며, 십자 무공 훈장 소유자였다. 그리고 나는 전혀 그것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나는 겸손보다는 분노 때문에 훨씬 더 잘 안색을 붉히는 사람이다. - P261
"네겐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하고 어머니가 고요히 말했다. 어머니의 얼굴은 완벽한 확신과 자신감의 표정을 담고 있었다. 마치 어머니는 아는 것 같았고, 운명과 협약이라도 맺은 것 같았으며, 망쳐버린 자신의 운명 대신 어떤 대가를 제공 받았고 어떤 약속을 얻어낸 것 같았다. 나 역시 그것을 확신케 되었다. - P270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엄마, 약속할게요." - P270
오늘까지도, 가끔 나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내생에 가장 위대한 사랑의 곁을 스쳐 지나갔던 것은 아니었나 자문해보곤 한다. - P281
그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그가 그녀의 인생속으로 들어왔으리라고 나는 짐작하고 있다. 그것은 물론 내 잘못이었다. 결코 사랑하는 여자의 곁을 떠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고독이 그들을 사로잡고, 의심, 실망, 그러고는 그 꼴이 되어버리니까 말이다. 아마도 그녀는 나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고 내가 다시 돌아오지 않으려니 생각하고는, 자기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하였으리라.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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