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여성작가의 작품을 살짝 맛보기에는 아주 좋은 책인거 같다.

다시 돌아온 토미에 대해 단 하나 불만스러운 것이 있다면 바로 학교에서 친해진 여자를 하나 데려왔다는 것이었다. 바이올렛 향수를 뿌리고 양산을 쓰고 다니는, 얌전하고 기운 없는 하얀 피부의 여자였다. 영감들은 토미처럼 반항적인 여자가 같은 여자에게 다정하고 상냥게 구는 것은 나쁜 조짐이라고, 아주 나쁜 조짐이라고 입을 모았다.

(윌라 케더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 P128

"가련한 제시, 뭐든 해줄 수 있다 해도 그에게 필요한 딱 한 가지는 못 해주지. 뭐, 너희 부류가 대체로 최고의 것은 다 차지하고 있지만 이런 종류의 사소한 일에서는 우리 부류가 더 힘이 있거든, 우리야 춤추는 일 보다는 이런 일에 더 뛰어나니까. 공평하지. 누구든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니."
- P132

그 자신은 상황 때문이라기보다는 타고난 기질 탓에 칙칙한 삶을 살아온 터라, 여성들이 대개 활동성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너무 과열되는 그런 나이에도 생기 넘치고 탄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의 변함없는 유쾌함에 끌렸다. - P140

등뒤로 현관문이 닫힐 때 그에게 떠오른 생각은 자신이 다시 그 문을 열기 전에 자신만큼이나 그 문을 들어설 권리를 지닌 다른 남자가 그 문을 열리라는 것이었다. 그 생각을 하자 불쾌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전 남편들을 만나는 건 어떤 기분일까?) - P145

그녀가 차탁 곁의 낮은 의자에 앉자, 두 명의 손님은 그 미소에 이끌리듯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와 그녀가 내미는 찻잔을 받았다. 그녀가 시선을 돌려 웨이손을 보았고, 웨이손은 웃으며 세번째 잔을 받아들었다. - P170

"어쨌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다들 잘 모르고 사니까요 무슨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모른다.) - P196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 사실 나도 알았을 거라고요! 정말 이상해요. 피터스 부인, 이렇게 가까이 살면서도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우리 모두 똑같은 일을 겪으며 사는데 조금씩 다를 뿐이지 사실 다 똑같잖아요! 그게 아니라면 당신과 내가 어떻게 이해를 하겠어요? 지금 알게 된 이 모든 것을 우리가 어떻게 알아차렸겠어요?"
- P202

일단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결코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아, 세상에! 삶은 어찌나 불가사의한지! 사고는 어찌나 불확실한지! 인류는 어찌나 무지한지! 한평생 살면서 상실하는 것들을 몇 가지만 떠올려봐도, 우리가 가진 것조차 얼마나 마음대로 하기 힘든지,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삶이란 결국 얼마나 우연적인지 알 수 있다.

(역시 버지니아 울프의 글이 가장 어려웠다.) - P210

아, 두 눈을 다 뜨시기만 했더라도 얼마나 달랐을까! 아버지에 대한 추억도 달라지고 사람들에게 말하기도 얼마나 쉬웠을까! 하지만, 아니었다. 딱 한쪽 눈이었다. 한쪽 눈이 그들을 잠깐 쏘아보더니...... 스러졌다. - P230

그 모든 일들은 일종의 터널에서 일어나는 일 같았다. 진짜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 터널에서 나와 달빛이나 바다나 폭풍우에 몸을 담글 때에만 진정한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게 무슨 뜻일까? 늘 갈망했던 그것은 무엇일까? 그래서 어디로 가는 걸까? - P254

"네가 가진 동정심과 열정을 남김없이 다 짜냈는데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고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조차 듣지 못할 때면, 네 자신을 소모하지 말라는 내 충고를 이해하게 될 거다."

(모든 일들이 다 그런거 같다.) - P261

"빵 두 덩어리가 있으면 하나를 팔아서 수선화를 사세요. 빵은 몸을 살찌우지만 수선화는 영혼에 기쁨을 주니.‘ 아름답지 않아요?"

(수선화 대신 책을~!) - P281

삶이 그에게 육신의 시각밖에 주지 않았다면 그게 과연 그의 탓일까? 눈앞에 있는 것의 절반밖에 볼 수 없는 게 과연 그의 잘못일까?
- P286

"그래, 남한테 해코지한 건 나중에 그대로 받는다고 했어. 다들 그렇듯이 사이크스도 언젠가는 뿌린 대로 거둘 거라고." - P302

"예전에 널 사랑했던 만큼 이제 널 증오해, 하도 참고 또 참아서 이제 목까지 차올라 깔딱거려. 교회에서 써준 편지를 가지고 우드브리지에 다니기 시작한 것도 그래서야. 너랑 같은 장소에서 예배를 보고 싶지 않아서. 네가 내 주변에 얼쩡거리는 걸 참을 수가 없어서 딴 여자 붙들고 뒹구는 건 네 맘대로 해도 되는데 내 눈앞에 보이지 말고 이 집에서 꺼져. 너라면 아주 징글징글해." - P310

시커멓고 차가운 요단강.
차가워지는 건 육체일 뿐 영혼은 아니니
잔잔해지면 요단강을 건너리.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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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1-08 2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씨가 형제분치곤 예쁜데요?ㅋㅋ
매일 필사하는 건가봐요. 알라딘에서 보내준 거 같지는 않고...ㅋ

새파랑 2022-01-08 20:45   좋아요 2 | URL
글씨가 초딩글씨 입니다 ㅋ 민음사 세계문학 일력이에요. 좋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