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죽은채 누워 있다. 온기가 나를 감싸며 내 옷을 뚫고 속살에 닿는다. 내가 말했다. 당신은 걱정이 무엇인지도 몰라. 나도 모른다. 난 내가 걱정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걱정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울 줄도 모른다. 내가 울려고 애쓰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뜨거운 흙 속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젖은 씨앗이 된 것 같다. - P77
하느님이 여자를 만든 이유란, 남자들은 옳은 것을 봐도 그것이 옳은 것인지 모르니까 여자들이 가르쳐줘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옳은 말이지. - P85
정말 게으르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야말로 일단 출발하면 계속 움직여야 하는 모양이다. 움직이지 않고 머무르는 일도 물론 마찬가지다. 마치 그가 싫어하는 것이 움직임 자체라기보다는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는 일인 것처럼. - P130
사람들이 그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은, 그가 하는 행동이나 말, 혹은 바라보는 눈길 때문이 아니다. 그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 때문이다. 그의 눈을 통해 자신을, 자신의 행동을 들여다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 P143
뭔가 새롭고 어렵고 신선한 것이라면, 그냥 안전한 것보다는 훨씬 좋은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안전한 일이란 오랫동안 사람들이 그 일을 해오면서 낡아빠진 것이 되어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은 전에도 없었고 다시는 되풀이될 수 없는 것이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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