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으로 보기가 힘들어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

하지만 한 줄의 실 뒤편에 이중 삼중의 인연이 뒤엉켜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고 제비가 남쪽에서 날아오는 것도 새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에 걸맞은 변명이 있을 터이다. - P9

주고쿠를 떠날 때 아내의 어조는 당신처럼 고집이 세서는 어디에서도 안정된 생활은 불가능해요, 라는 훈계조로 바뀌어 있었다. 7년 동안 세 번이나 떠돌다 보니 아내는 점점 도야에게서 멀어졌다. - P14

도야가 세 번이나 직장을 그만둔 것은 스스로를 궁지에 빠뜨리는 것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죄도 없는 아내를 고생시키려는 건 더욱 아니다. 세상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세상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왜 자신이 세상에 용해되려고 하지 않는가? - P15

지금까지는 어디를 가든 어떤 직업을 갖든 자신만 올곧다면 휘어진 대상이야 껍질을 벗긴 삼대처럼 꺾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명성은 자신이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권위와 인망 역시 자신이 지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인격의 힘으로 미래의 국민인 청년들에게 발전의 길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스스로 전범이 되는 수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6년여의 시간 동안 애써왔지만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 P18

종기의 고름을 빼달라고 부탁했는데 적당히 솜으로 종기 주변을 닦아내기만 하면 더욱 가려울 뿐이다. - P28

"아무래도 번민이라는 말이 최근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은데, 대개는 반짝 유행하고 마는 것이지요. 그런 종류의 번민은 이 세상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겠지요." - P47

"단지 사랑이라고 하면 묘하게들릴지 모릅니다. 또 최근에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연애 이야기를 하는것을 꺼리는 것 같습니다만, 이런 종류의 번민은 분명한 사실이고, 사실 앞에서는 어떤 사람도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안 되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 P48

사랑은 일방적으로 말하면 번민이 틀림없지만, 이런 번민을 거치지 않으면 자신이라는 존재를 평생 깨닫지 못하게 되는것입니다. - P49

지금은 그때와는 정반대다. 세상은 명문을 입을 모아 칭송한다, 세상은 부자들을 칭송한다, 세상은 박사, 학사까지도 칭송한다. 그러나 공정한 인격을 만나서, 지위를 저버리고, 금전을 저버리고, 또는 학력이나 재능, 기예를 저버리고, 인격 그 자체만을 존경하는 일을 이해하지 않는다. 인간의 근본에 해당하는 인격에 비판의 기준을 두지 않고, 그 겉에 해당하는 부속물로 모든 것을 평가하려고 한다. - P56

"인간은 먹는 만큼 살이 찌지는 않아. 저놈은 그 정도로 먹는데 전혀 살이 찌지 않았어."

"책을 많이 읽는데 전혀 우수해 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군."

"그렇지. 피차 공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아."

"하하하.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네."

"난 그런 뜻으로 했네." - P104

문학은 인생 그 자체입니다. 고통이 있고, 궁핍이 있고, 고독이 있고, 무릇 인생길에서 만나는 것들이 곧 문학이고, 이런 것들을 맛본 사람이 문학자입니다. - P112

그는 외톨이가 되었다. 자신에게 만족하고 다른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 한가한 외톨이가 아니다. 동정심을 간절하게 바라고 인간을 갈구하는, 마음 달랠 길 없는 외톨이다. 나카노군은 병이라고했다. 자신도 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을 외톨이 병에 걸리게 한 것은 세상이다. 자신을 외톨이 병에 걸리게 한 세상은 위험한 병자를 눈앞에 두고 휘파람을 불고 있다. 세상은 자신을 병자로 만든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죽어가는 병자를 살해하려고 달려든다. 다카야나기 군은 세상을 저주할 수밖에 없다. - P126

가래에 피가 섞이지 않은 것에서 위안을 느낀다면 피가 섞일 때는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에 위안 받지 않으면 안 된다.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껴야 하는 그런 운명에 다가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다카야나기 군은, 그저 살아 있다는 것만은 꺼리는 사람이다. 보통사람들도 대부분 이런 모순을 무릅쓴다. 그들은 대개 행복한 삶이 목적이다.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행복을 즐길 인생 그 자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단순한 생명은 그들의 목적이 아니라 해도 행복을 향유할 필수조건으로서 온갖 고통 속에서도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은 이런 모순을 무릅쓰며 속세를 살아가면서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고 게다가 날마다 죽음에 끌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부채를 갚으려고 하지만 다달이 새로운 부채가 쌓여가는 현상과 다를 바가 없다. 이를 비참한 번민이라고 한다. - P129

비가 내리면 우산을 쓰고서라도 걸을 생각이다. 어딘가 구체적인 목적지는 없지만 그냥 걸어볼 작정이다. 전차는 무작정 달릴 뿐, 왜 달려야 하는지 전차도 알 리 없다. 다카야나기 군은 자신이 걷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왜 걷고 있는지는 전차와 마찬가지로 알지 못한다. 아무 일도 없고, 또 걷고 싶지도 않은 사람을 무리하게 걷게 하는 것은 잔혹한 일이다. 잔혹함이 걷게 만들기 때문에 원수를 갚기는 어렵다. 적을 붙잡고 싶다면 잔혹함을 만들어낸 장본인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잔혹함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세상이다. 다카야나기 군은 혼자서 그 적진 속을 걷고 있다. 아무리 걷는다고 해도 역시 외톨이다. - P132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12-20 0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주말 독서는 소세키옹과 함께

모닝 리뷰 쓰신다에 한표 🖐^^

새파랑 2021-12-20 07:19   좋아요 2 | URL
이번주말은 책을 잘 못읽었어요 😅 오늘은 써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