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한 필립 로스의 분노가 느껴진다.


물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에 본인이 전혀 모르던 중요한 사건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뒤늦게 아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살아온 인생이라는 것이 정작 본인은 거의 알지 못하는 이야기니까. - P32

내가 말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영혼을 매춘부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내 영혼의 매춘부‘는 무얼 의미하는 걸까?"
"그걸 판다는 거예요. 자신의 영혼을 판다는 거요." 내가 대답했다.
"맞다. 내 영혼을 판다면 보다 ‘내 영혼의 매춘부가 된다면, 난지옥의 형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는 게 훨씬 더 강렬하다는 걸 알겠니?"

(필립 로스식 글쓰기) - P53

사랑에 눈멀고, 스타에게 반했던 거지. 아이라는 매료됐어. 이브는 매혹적이었고, 원래 매혹이란 건 자기만의 논리로 움직이니까 - P98

이 거한이 어떻게 그녀에게 그 누구보다 중요한 사람이 되었을까? 아이라가 살아온 혹독한 삶이 그녀에겐 색다르게 다가왔어. 이브는 아이라의 삶이 진짜 삶이라 느꼈고, 이브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라는 그녀의 삶이 진짜 삶이라고 느꼈네. - P99

아이라는 그녀가 겪은 위험들 때문에 그녀를 사랑했던 거야. 아이라는 매료당하고 마법에 걸렸고, 필요한 존재가 됐지. 덩치가 크고 강인했던 아이라는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었어. 연민을 자아내는 여자, 연민을 자아내고 사연을 가진 아름다운 여자. 목과 어깨를 드러낸 영혼이 숭고한 여자. 어느 누가 아이라의 보호본능을 그보다 잘 일깨우겠는가? - P100

중요한 건 분노 자체가 아니라 옳은 것을 위한 분노라고. 난 딸애한테 말했지.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거라, 분노는 널 유리하게 해주는 거란다, 그게 분노의 생존 기능이다, 그 때문에 너에게도 분노가 주어진 거란다, 그런데 분노가 널 불리하게 만든다면, 그 분노는 헌신짝처럼 버려야 한다.

(분노의 정의) - P136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자기 삶과의 고리를 자르고 떠나는 거예요. 사람들은 오만 가지것을, 심지어 아주 병적인 행동까지도 서로 맞춰가면서 살아요. 왜 아이라 같은 남자와 이브 같은 여자가 감정적으로 서로 연결이 될까요? 모두 똑같은 이유예요. 서로의 결점이 들어맞기 때문이라고요. 아이라가 그 결혼을 깨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공산당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와 같아요. - P154

공산주의자가 자본주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도 다 옳은 얘기고, 자본가가 공산주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도 다 옳은 얘기야, 하지만 이런 차이가 있어, 우리 체제는 인간은 다 이기적이라는 진실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잘 돌아가고, 저쪽 체제는 인간은 다 형제라는 동화 같은 믿음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저렇게 개판인 거야. 그 미친 동화를 믿게 만들려고 사람들을 잡아다 시베리아로 보내고, 그 형제애란 걸 믿게 만들려고 국민의 생각을 통제하거나 총으로 쏴죽여. 그런 사정을 알면서도 미국과 유럽의 공산주의자들은 이 동화를 계속 믿어. - P166

그래, 하프 연주와는 거리가 먼 짐승 같은 말들이 실피드의 입에서 쏟아져나왔지. 실피드는 소리질렀어. 또다시 애를 낳기만해봐. 그 멍청한 애새끼가 잠자고 있을 때 목 졸라 죽여버릴 테니까. - P203

트루먼 씨가 국민에게 이 나라는 공산주의가 큰 문제라고 말하면, 국민들은 그 말을 믿는 이 잘나빠진 나라 때문에 정말 화가 나. 인종차별도 불평등도 문제가 안 돼. 공산주의가 문제라고, 사만 명, 육만 명, 십만 명밖에 안 되는 공산주의자가 문제라고, 그들이 인구가 일억 오천만인 이 나라를 전복시킬 거라고. 내가 바본 줄 아오? 이 빌어먹을 나라가 무엇 때문에 망해가고 있는지 얘기해볼까?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노동자에 대한 차별 때문이오. 우리나라를 망치는 건 공산주의자가 아니오. 우리나라는 인간을 짐승처럼 취급하는 차별 때문에 저절로 망해가는 거야!

(아이라의 미국에 대한 분노)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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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8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9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0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0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remy 2021-12-10 0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50 년대 관련된 책과 역사에 대해 읽을 때마다
미국에서도 이런 일이,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던 McCarthy witch hunt 에 분노하고
거기에서 바로 Dystopia 적인 미래를 그린 작가들의 소설과
작품들만 모아서 정리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 대한 필립 로스의 분노가 느껴진다.˝
한 문장 표현, 아주 적절합니다.




새파랑 2021-12-10 07:51   좋아요 1 | URL
미국 역사에 대해 깊게 알지는 못해서 완벽히 이해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책 읽으면서 조금의 공감과 분노를 공유하고 있어요 ^^
어제는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못읽었는데 오늘은 좀 더 읽어야 겠어요~!!

페크pek0501 2021-12-10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익한 분노도 있긴 하죠.
이 책은 품절이라고 나오네요.

새파랑 2021-12-10 14:13   좋아요 1 | URL
필립 로스는 언제나 화가 나있는거 같아요 ㅎㅎ 제가 품절되기 전에 이 책을 잘샀군요 ^^

서니데이 2021-12-10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작가도 유명하지만, 지금 생각하니까 제목도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새파랑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1-12-10 22:37   좋아요 1 | URL
목요일 부터 너무 정신이 없네요 ㅜㅜ 서니데이님은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