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의 사랑이야기일지, 꿈 이야기일지 궁금하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아무런 유산도 남기지 않는 대신 저주를 퍼부었다. 그리고 그녀의 아기는 태어난 날 저녁에 사망했다. 그 고집불통의 부르주아 여인은 묘지에 묻힌 관 속에서도 여전히 딸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 부부는 간절히 갈망했으나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그렇게 스무네 해를 보낸 다음에도 그들은 잃어버린 아기를 여전히 슬퍼하며, 죽은 여인의 고집을 영원히 꺾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에 젖어 있었다. - P13

보몽은 완전히 분리된 두 개의 독립된 도시로 이루어져 있었다. 언덕 높이 위치한 보몽-교회 구역은 고색창연한 12세기 성당과 17세기에 와서야 지은 주교 관저를 정점으로 그 아래로 겨우 1천여 명의 영혼들이 좁은 길 구석구석에 조밀하게 숨죽이며 살고 있었다. 그리고 보몽-도시 구역은 언덕 아래 리뇰 강을 따라 형성되었는데, 레이스와 곱게 짠 흰 리넨 제조업의 융성과 함께 확장된
옛 성의 외곽 지역으로서, 거의 1만여 명의 인구를 헤아릴 정도였고, 널찍한 광장과 신식으로 지은 근사한 시청이 있었다. 이렇게 남쪽과 북쪽에 자리한 두 공동체 구역은 행정적인 것 외에는 어떤 관계도 없이 공존했다. - P26

오직 ‘황금빛 전설‘만이 그를 열광시켰고, 두 손으로 이마를 괴고 페이지 위로 머리를 기울이도록 그를 끌어당겼다. 그 순간 그는 시간에 대한 의식도 일상적인 삶도 없었으며, 미지의 세계 깊숙한 곳에서 꿈이 커다랗게 꽃을 피우며 솟아나는 광경을 바라보는 듯했다. - P36

그는 그 협소하고 비밀스러운 가게 앞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지나갔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리고 그 여자의 동의를 얻어 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렇게 부모 자식의 인연을 영원히 잘라 버릴 권리가 그에게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올바르고 정직한 그의 몫이었다. 돌연 그는 등을 돌리고 그날 저녁 보몽으로 곧바로 돌아갔다 - P67

"아! 허영심 많은 것, 아! 욕심쟁이, 넌 도저히 구제 불능인 거니? 여왕이 되고 싶은 욕심으로 아주 가 버렸어. 그 꿈은 말이야, 설탕을 훔치거나 무례한 대꾸를 하는 것보다는 덜 고약한 거야. 하지만, 흠, 악마가 그 뒤에 숨어 있어. 열정과 오만이 그 뒤에서 말하고 있단 말이지." - P75

"고통 말인데요, 아! 어머니, 제가 그걸 얼마나 비웃는지 아신다면! 우린 자신을 이기기만 하면 돼요. 그러면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 P77

5월의 어느 날 밤, 그녀는 발코니에서 그토록 오랜 시간을 보낸다음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그녀에게는 아무런 슬픔도 없었다. 그러나 아무도 찾아올 턱이 없음에도 그녀는 어떤 기다림으로 마음이 울렁거렸던 것이다. 밤은 몹시 어두웠다. - P99

우리는 무엇이 있는지 소리 높여 말할 필요가 없을 때가 있다. 보이지 않는 메신저들이 그 사실을 옮겨 주고, 침묵하는 입이 그 사실을 반복해 주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가 얼굴을 돌리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다. 감미로운 순간이었다. - P112

그는 그녀의 말에 매료되어 귀를 기울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그를 달콤한 취기에 빠뜨렸다. 그의 마음을 파고들 듯 길게 이어지는 목소리는 어떤 극도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몇몇 음절 위로 가해지는 다정다감한 어조의 변화가 그의 눈을 적시는 것을 보면 그가 그 인간적인 음악에 특별히 민감한 게 틀림없었다. - P119

아침저녁으로 미소를 주고받는 일은 매우 달콤했다. 그녀는 행복했고,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빨래는 세 달 후에나 다시 하게 되어 있었고, 정원 문은 그때까지 닫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일 서로 눈으로 만나는 것만으로도 세달, 세 달은 너무도 빨리 지나갈 것이다. 낮은 저녁의 만남을 위한 것이었고 밤은 아침의 만남을 위한 것이었으니, 그렇게 사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이 또 있을까? - P122

"당신을 사랑해요."

그녀는 애인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셔브로트 개울은 더 이상 그녀의 발을 묶을 수 없었다. 그녀는 쫓기는 암사슴처럼 개울 속으로 달려들었다. 차가운 물속에서 떨며 그녀의작고 하얀 발이 조약돌 사이로 달렸다. 정원의 문이 다시 닫혔다. 그녀의 두 발이 사라졌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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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27 0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11월 마지막 주말은 졸라의 <꿈>!!
을유 책 만듦새 튼튼해서 좋음 ^0^

새파랑 2021-11-27 09:15   좋아요 1 | URL
꿈 읽다가 이른 꿈나라로 가버렸어요 😅 스콧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