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러시아는 훌륭하고 다양한 작가들이 많다. 니콜라이 레스코프 작품도 부지런히 찾아봐야 겠다.


"저 사람, 루터교인인가요, 아니면 개신교인?"
특사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는 루터교인도, 개신교인도 아닙니다. 러시아 정교도 입니다."
"아니 그런데 왜 왼손으로 성호를 긋지요?"
특사가 답했다.
"저 사람은 왼손잡이라서 모든 걸 왼손으로 합니다." - P58

"그건 아무 상관 없구먼유." 그가 대답했다. "어디서 죽든지 모든건 다 하느님의 뜻이니까유. 어쨌든 저는 하루빨리 고향으로 가고 싶네유. 그렇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구먼유." - P67

"왜 안 됩니까. 형님이 한 약속, 형님이 취소하는데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

그러자 집주인인 백작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대구하며 말했다.

"내가 만약 그런 식으로 행동하기 시작하면 말이다, 나중에 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시킬 수가 있겠느냐?" - P101

"두려워 말아요. 내가 데려갈 테니." - P107

"그래, 그랬어요. 아르카지 일리치는 그렇게 그 여인숙 주인에게 살해당했답니다. 그리고 그는 여기, 우리가 앉아 있는 바로 이 무덤에 묻혔지요. 그래요, 그는 지금 여기 우리 아래에, 이 흙무더기 아래에 누워 있어요. 도련님은, 제가 왜 언제나 도련님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산책하러 오는지 궁금해했지요. 저는 이제 저곳은 쳐다보고 싶지도 않아요." - P132

그러면서 그녀는 음울한 잿빛 폐허를 가리켰다. 하지만 여기 이렇게 잠시라도 그 사람 곁에 앉아서 그의 영혼을 위해 술 한 잔이라도 올리려고. - P132

지금도 나는 그 모습이 생생하다. 매일 밤, 집안사람들이 모두 잠이들면, 그녀가 자신의 앙상한 뼈마디가 부딪히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용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잠시 귀를 기울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동상이 걸린 가느다란 다리를 움직여 창문으로 다가가던 모습이. 그렇게 그녀는 잠깐 동안 서서 혹시 침실에서 어머니가나오시지나 않을까 주위를 살펴보며 귀를 기울이곤 했다. 그러고는 자리를 잡고 조용히 술병을 입으로 가져가 술을 마셨다. 한 모금, 두모금, 세 모금...그렇게 마음속 불을 끄면서 또한 아르카지를 추모했던 것이다. 그러고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 재빨리 이불을 덮으면, 곧바로 조용히 아주 조용히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평생 이보다 더 무섭고 가슴을 찢는 추도식은 본 적이 없다. - P136

우리가 모스크바에서 접하게 된 분위기란 것이 우리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옛 전통을 유지하는 것은 이제 더이상 선의나 경건함이 아닌, 오로지 독선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 정도로 우리 두 사람이 그곳에서 본 것은 조용히 신앙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치욕적인 것이었습니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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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26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새파랑님
왼🖐오른🖐
모두 회복!

레스코프의 <봉인된 천사>
타르코프스키 영화와도 맞닿는 작품 입니다 ^^

새파랑 2021-11-26 07:45   좋아요 1 | URL
러시아식 민중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 역시 읽는 즐거움은 러시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