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완독. 쉽지 않은 책이었다.




마침내 안헨은 떠났다. 나는 그날처럼 격하게 울어본 적이 없다. 안헨 자신은 알지 못했지만, 그녀가 나에게 열어 보여주었던, 세상과 인생에 대한 사랑,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아름다움에 대한 달콤한 사랑이 안겨준 지극한 부드러움과 고통을 느끼면서 울었던 것이너무 울어서 멍해지고 마음이 진정되었을 때, 나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강가를 배회하고 있었다. 안헨을 역으로 데려갔던 타란타스가 나를 앞질렀다. 마부가 잠시 마차를 멈추고 페테르부르크의 잡지 한 권을 건넸다. 한 달 전에 나는 그 잡지사에 처음으로 시 몇 편을 보냈다. 나는 걸어가면서 잡지를 펼쳤다. 내 이름의 매혹적인 철자가 마치 번갯불처럼 내 눈을 때렸다. - P176

나는 내가 사는 지역의 도시를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고, 내게 세상은 오랫동안 친숙한 들판과 언덕뿐이고, 나는 농부들과 아낙들만을 보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고작 두세 개의 조그만 영지와 바실리옙스코예뿐이고, 들어올리는 썩은 창틀에 색유리 겉창이 달려 있고 정원을 향한 두 개의 창문이 달린 낡은 모퉁이 방이 내 모든 꿈의 안식처라는 사실을 왜 가끔씩이라도 깨닫지 못했던 걸까? - P181

발코니로 나오면서 나는 매번 당혹스러웠고, 심지어 약간 고통까지 느끼면서 밤의 아름다움에 깜짝 놀라곤 했다. 도대체 밤의 아름다움은 무엇이며, 밤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해야만 하나. - P183

나와 저 달은 이제 오래전부터 서로 아는 사이가 되었고, 말없이 끈기 있게 뭔가를 기대하면서 오랫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로에게 무엇을 기대했을까? 나는 우리 둘이 뭔가를 몹시 그리워한다는 것만을 알고 있었다. - P184

안헨은 오랫동안 나를 고통스럽게 했다. 심지어 낮에도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읽고, 무엇을 생각하든 간에 모든 것 뒤 안헨이 있었고, 그녀에 대한 사랑과 추억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 세상에는 우리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것이 얼마나 많은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고통스러웠다. - P185

나를 에워싸고 있는 영원하고 거대하며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과거와 미래의 무한함 속에서, 내게 주어진 제한된 시공간인 바투리노란 곳에서 도대체 나의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나의 삶이 나 다른 이들의 삶이 낮과 밤, 일과 휴식, 만남과 대화, 이따금 사건이라 불리는 기쁨과 불쾌함의 교차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삶이란 인상, 장면과 형상들의 무질서한 축적이고, 이 가운데 가장 하찮은 것들만이 우리 마음속에 남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삶이란 서로 무관한 감정과 생각들, 과거에 대한 무질서한 회상, 미래에 대한 모호한 예측의 끊임없는 흐름, 즉 한순간도 우리를 멈추게 하지 않는 흐름이라는 걸 알았다. - P235

글리케리야는 귀여운 애요. 그리고 숨길 과실도 없어요, 하지만 아주 변덕스러운 애요. 오늘은 이것에 마음이 끌리다가도 내일은 다른 것에 마음을 줄 수도 있어요. 물론 그애가 꿈꾸는 건 전나무 아래에 있는 톨스토이의 작은 승방이 아니오.이 조그만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그애가 옷을 어떻게 입고 있나 보시오. 난 딸애가 절대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애는, 말하자면, 절대 당신의 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할 뿐이오. - P315

"자기는 항상 내가 변한 걸 보고 놀라워하지." 그녀가 말했다. "그러나 자기가 변한 걸 알기나 할까! 자기는 왠지 점점 나에게 관심을 덜보이고 있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땐 특히나 그래. 난 자기에게 마치 공기 같은 것이 될까봐 걱정이야. 공기 없이는 살 수 없지만 공기에 관심을 갖지는 않아. 사실이잖아? 자기는 이게 가장 위대한 사랑이라고 말하지. 그러나 자기는 이제 나 하나만으론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 P406

당시 나의 모든 생각, 당시 나의 모든 감정은 내 것이 아니라 그의 생각과 감정이었다. 그것들은 갑자기 나의 생각과 감정이 되었다. - P418

겨울 내내, 매일매일 나는 끈질기게 그녀의 편지를 기다렸다. 그녀가 그렇게 무정하고 잔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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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22 0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제 🪓옹 세트 꺼내 보신다에 🖐^^

새파랑 2021-11-22 07:41   좋아요 1 | URL
꺼내만 놔서 넘겨봤는데 파본은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