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느낌도 나고 인물들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초반이다.

이 여자는 아까 그 즉시 죽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 이젠 죽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를 살려둔 자신의 비겁함에 생각이 미치자 그의 분노는 더욱 격화되었다. 그것은 비겁한 짓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그녀의 목을 조르지 못했던 것은 그가 아직 그녀의 음탕한 육신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이대로 데리고 살 수는 없었다. 그럼 쫓아내야 하나, 길거리에 버려야 하나, 그렇게 두 번 다시 보지 말아야 하나? 그러나 정작 자신이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할 거라는 것을 직감하자 또다른 고통의 물결에 휩쓸리면서 고약한 구역질이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 P43
터널은 날 흥분시켜. 기차에 몸이 박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암흑 속 2.5킬로미터를 내달리는 거지, 눈은 뜨지 않는 게 좋아. 기차 소리를 들어야 해, 저 밑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 P79
그는 여자를 죽이고 싶은 생각에 미쳐버리는 것이다. 그는 그런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그 살을 본 순간, 따뜻하고 하얀 그 목을 본 순간, 가위를 집어들고 그녀의 살 속 깊숙이 가위를 찔러넣으려 했던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반항했기 때문이 결코 아니었다. 천만에, 그것은 쾌락을 위해서였다. 그렇게 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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