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고 방황하는 짐에게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그게 나에게는 그리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어. 현실 상황이 그의 상상력에 의해 빚어진 공포만큼은 나쁘지 않았고 고통스럽거나 무섭거나 복수심으로 가득하지도 않았을 거라는 일종의 무의식적 확신이 그에게 있었음이 틀림없어. 나는 그 첫 순간에 고통을 당하고 있었을 모든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의 심장이 쥐어짜는 듯했으리라고 믿어. - P174

그는 자기 자신에게 진실했어. 그렇지 않은가? 그는 목숨을 구했지만, 그의 발이 디디고 설 땅이 없었고 눈이 바라볼 광경도 없었고 귀에 들릴 목소리 또한 없었으니 그 목숨은 끝났던 거야. 절멸 상태였지. 그리고 언제나 구름 낀 하늘이며 출렁이지 않는 바다며 흔들리지 않는 공기뿐이었어. 오직 밤이요 정적이었을 뿐이야. - P176

저는 그런 지독히 부당한 일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고요. 도대체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저만 꼴사납게 난도질당하고 말았지요. 정말이지 사는 것이 괴롭습니다. 하지만 그걸 회피한다고 해서, 그걸 그런 식의로 회피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건 바른길이 아니었지요. 제 생각으로는, 제가 생각하기로는, 그런다고 해도 아무것도 끝낼 수는 없었을 겁니다. - P202

우리의 청력이 미치는 데까지 주위의 만물은 고요하기만 했어. 그의 감정의 연무(煙霧)는 마치 몸부림으로 인해 교란된 것처럼 우리 둘 사이에서 떠돌았고, 그 비실체적 베일의 균열을 통해 응시하고 있던 내 눈에 그의 모습은 뚜렷이 형체를 드러내고 있었으며 그림 속의 상징적 형상처럼 막연한 호소력까지 띠고 있더군. - P204

"배를 타는 사람들은 용감해야 합니다. 직무가 그걸 요구하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 P223

"만약에 우리에게서 명예가 사라진다면 말입니다. 아! 바로 그거예요. 나로서는 아무 의견도 말할 수 없군요. 말할 수가 없다고요. 왜냐하면, 선장님, 나는 그런 걸 전혀모르니까요." - P226

그를 매장하는 일은 곧 삶의 슬기에 아주 잘 부합되었을 거야. 삶의 슬기는 우리 인간이 우둔하고 연약하며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것들이라든지, 실패에 대한 기억들과 사라지지 않는 공포의 암시와 죽은 친구들의 시신 등등 우리의 능률을 저해하는 것들을 모조리 눈에 보이지 않게 치워버리는 데 있거든. - P263

그는 너무 섬세하고 섬세해서 아주 불행했던 거야. 조금만 더 거친 성격이었다면 그런 마음고생을 겪지 않았을 것이고, 한숨짓거나 불평하거나 아니면 너털웃음을 웃으며 자신과 화해했을 테니까. 좀 더 거친 성격이었다면 아무 상처를 받을 수 없을 만큼 무지했겠지만, 그런 사람이라면 내게는 전혀 흥미가 없었을 테지. - P268

다만 이 말은 해두어야겠어. 자네가 계속 이렇게 살아간다면 이 세상이 자네를 지탱해 줄만큼 넓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이내 알게 될 걸세.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뿐이야.

그간 반생을 살아오며 우리는 이 세상에서 유랑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망령에 시달리는 영혼이 아니라 배고픈 육신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망령과 싸우려고 생계책을 팽개친 사람들은 늘 있었지. - P297

"그의 꿈이 훌륭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가 확실히 붙잡지 못하고 만 꿈이 하나 있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어." 내가 말했어. "그런 꿈이야 누구에게나 한두 개씩 있기 마련이야." 스타인이 말하더군 "그런데 그게 바로 문제야. 아주 큰 문제지..."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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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0-29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를 타는 사람들 : 육지를 보지 못하고 배를 한 달가량 타고 있으면 무슨 생각이 들까 생각해 봅니다.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인생관이 바뀌기도 할까요?
사실은 제가 경험해 보고 싶거든요. 책을 수십 권 싸 들고 배를 오랫동안 타 보는 거예요. 배로 먼 나라를 여행하기 위해서요.

새파랑 2021-10-29 13:56   좋아요 0 | URL
배 타는게 왠지 낭만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타면 많이 외로울거 같아요 ㅜㅜ
배가 아니더라도 어디 한적한 곳에가서 몇일동안 책만 읽어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