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있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물건들이란 제각각 생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요. 영혼을 깨우기만 하면 다 되는 겁니다" - P12

호세 아르까디오가 침실문을 닫자마자 권총 소리가 집 안을 진동했다. 한 줄기 피가 문 밑으로 새어나와, 거실을 가로질러 거리로 나가, 울퉁불퉁한 보도를 통해 계속해서 똑바로 가서, 계단을 내려가고, 난간으로 올라가, 터키인들의 거리를 통해 뻗어나가다, 어느 길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았다가, 다른 길모퉁이에서 왼쪽으로 돌아, 부엔디아 가문의 집 앞에서 직각으로 방향을 틀어 닫힌 문 밑으로 들어가서는 양탄자를 적시지 않으려고 벽을 타고 응접실을 건너, 계속해서 다른 거실을 건너고, 식당에 있던 식탁을 피하기 위해 넓게 우회해서 베고니아가 있는 복도를 통과해 나아가다, 아우렐리아노 호세에게 산수를 가르치고 있던 아마란따의 의자 밑을 들키지 않고 지나, 곡식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우르술라가 빵을 만들려고 달걀 서른여섯 개를 깨뜨릴 준비를 하고 있던부엌에 나타났다. - P200

"친구, 한 가지만 얘기해 주게, 자넨 왜 전쟁을 하고 있는가?"

"왜라니, 친구, 위대한 자유당을 위해서지"

"그걸 알다니 자넨 행복한 사람이군. 난 말이야, 자존심 때문에 싸우고 있다는 걸 이제야 겨우 깨닫게 되었네"

"그것 참 안됐군"

"그래. 하지만 어찌 됐든, 왜 싸우는지도 모르는 것보다야 더 낫지. 또 말이야, 자네처럼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그무엇을 위해 싸우는 것보단 더 낫지" - P205

그는 그녀로부터 멀리 떠남으로서뿐만 아니라, 전우들이 무모하다고 규정했을 정도로 터무니없이 잔인하게 행동하며 아마란따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려 애를 쓰면서 그녀로부터 도망쳤지만, 그녀의 이미지를 전쟁의 추악함 속에 떨궈버릴수록 전쟁 자체가 더욱더 아마란따를 닮아가고 있었다. - P223

근 사십 년 세월을 보내고 난 다음에야 소박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는데,그렇게 하기 위해 그는 서른두 차례의 전쟁을 벌여야 했고, 전쟁을 통해 맺어진 모든 조약들을 죽음을 걸고 위반해야 했으며, 승리의 영광이라는 수렁에 빠져 돼지처럼 허우적거려야 했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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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0-22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자로서 말씀 드리면 이 작가가 두뇌가 꽤 좋은 건 확실해요. ^^

새파랑 2021-10-22 14:01   좋아요 0 | URL
글쓰신 분들은 다 두뇌가 뛰어난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