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미있어서 한번에 다 읽었다. 2권이 기대된다. 에밀 졸라 책도 다 읽어봐야 겠다.

"아! 그쪽은 아직도 그런 게 재밌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결혼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아뇨, 쿠포 씨, 난 할일이 많은 몸이에요. 시시덕거리면서 시간 때우는 짓 같은 건 아무짝에도 소용없다고요, 아시겠어요! 난 집에 나만 기다리는 아이가 둘이나 있어요. 아이 둘이 얼마나 큰 입인지 아세요! 그런데 남자랑 신선놀음이나 하면서 어떻게 아이들을 먹여 살리겠어요?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난 이번 일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고 생각해요. 이제 남자라면 아주 지긋지긋하다고요. 이젠 그 누구하고도 사랑 같은 건 하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 P62
그녀의 유일한 잘못이라면, 마음이 여려서 모든 사람들을 좋아하고, 후에 자신에게 온갖 고통을 안겨준 사람들에게 애정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이었다. - P67
그렇게 그들 사이에는 깊은 유대감이 형성되어갔다. 제르베즈는 그와 함께 있을 때는 조금도 지루한 줄을 몰랐다. 그는 그녀에게는 아직도 새롭기만 한, 파리 교외의 온갖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들려주며 그녀를 즐겁게 해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녀의 치맛자락에 몸이 닿을 때마다 점점 더 커져가는 그녀를 향한 욕망으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이제 몸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었다! 그것은 그를 점점 더 힘들게 했다. 겉으로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배 속에 마치 돌덩이가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답답했고 숨 쉬기가힘들었다. - P83
"자자, 이제 그만들 하시죠! 정치 문제 따위로 그렇게 열을 올리다니 아직 순진하시군요! 정치는 웃기는 농담 같은 거라고요! 그런게 대체 우리한테 무슨 의미가 있죠? 하루에 5프랑씩 벌어서 지금처럼 먹고 자게만 해준다면, 누가 왕이나 황제가 되든지 아무 상관없지 않나요? 어쨌거나 정치라는 건 웃기는 짓거리일 뿐이란 말입니다!" - P144
"아빠! 아빠!" 나나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아빠! 여길 좀 봐요!" 딸을 좀 더 잘 보려고 몸을 숙이던 쿠포는 그만 발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갑자기, 어처구니없이, 마치 다리가 뒤엉켜버린 고양이 처럼 균형을 잃고 경사진 지붕에서 구르기 시작했다. 그의 주위에는 붙잡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맙소사!" 그의 입에서 숨죽인 비명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추락이었다. 그의 몸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두 번을 회전한 다음, 높은 곳에서 내던져진 빨랫감처럼 둔탁한 소리와 함께 도로 한복판으로 내동댕이쳐졌다. - P191
제르베즈는 그렇게까지 끔찍한 가정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사실상 로리외 부부는 쿠포가 사고를 당한 것을 차라리 다행으로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 때문에 제르베즈가 구트도르가에서 세탁소를 열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 P194
이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정말 신이 있다면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느냔 말이지. 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 죽는 한이 있어도 - P197
제르베즈는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에게서 마치 성처녀처럼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떤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그녀는 즉시 구제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에게 커다란 위안을 안겨주었다. 그들은 단둘만이 있을 때도 서로 조금도 불편해하지 않았다.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지는 않으면서 미소를 띤 채 얼굴을 마주 보며 한동안 머물러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것은 추잡한 것들과는 거리가 먼 현명한 사랑이었다. 혼란을 초래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으려면 이러한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할 줄 알아야 했다.
(저런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거겠지?) - P246
제르베즈는 마지막 말을 우물거리면서 얼굴을 살짝 붉혔다. 자신이 구제의 셔츠를 직접 다림질하면서 행복해한다는 사실을 들킬까봐 염려된 때문이었다. 그녀는 물론 더러운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 P280
물론 제르베즈는 자신이 아주 강인한 여자라고 믿었다. 그리고 정숙한 여자로 살고 싶었다. 정숙함이 행복의 반을 차지하는 것이다. 제르베즈는 이 일과 관련해서는 쿠포를 떠올릴 필요조차 없었다. 남편에 대해 마음으로 조금도 거리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생각으로조차. 하지만 대장장이 구제생각할 때는 마음이 심란해지고 아프기까지 했다. - P302
그런 두려움이 제르베즈를 사로잡을 때마다 구제의 대장간이 유일한 도피처가 되어주었다. 그곳에서는 구제의 든든한 보호아래 다시금 평안함을 느끼면서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 P303
그러자 제르베즈는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얼음장 같은 전율과 함께 이 세상 남자들과 자신의 남편, 구제 그리고 랑티에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자신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을 느끼며 비탄에 빠져들었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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