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을 읽는 동안 내 자신이 암흑에 빠진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선장의 기분이란.

그는 우리 일행 중에서 아직도 바다를 를 쫓아다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우리가 그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그가 전형적인 선원이 되지 못한다는 것 정도였다. 그는 선원이었지만 동시에 방랑자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선원들은, 이런 말을 써도 좋을지 모르겠으나, 주거처가 일정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은 집에 머물러 있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있다. 그들의 집은 늘 그들과 함께 있으며 그것은 바로 그들의 배이다.
(그들의 집은 배였다.) - P11
그녀는 내게 불길하고 숙명적인 존재로 보이더라구. 그후 멀리 아프리카에 가서도 나는 흔히 이 두 여인을 생각해 보았어. 그들은 마치 시신을 덮게 될 천을 짜고 있기라도 하듯이 검정 털실로 뜨개질을 하면서 암흑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중의 한 여인이 내방객들을 끊임없이 그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었고 나머지 한 여인은 무관심한 늙은눈으로 명랑하고 바보스러운 얼굴들을 곰곰이 살피고 있는 모습이었어. 안녕! 검정 털실로 뜨개질을 하고 있는 늙은이여.그녀가 바라본 사람들 중에서 그녀를 다시 보게 된 사람은 많지 않았다네. 그 수는 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했을 테니까.
(살아돌아온 사람이 있었을까?) - P25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 나는 늘 아프리카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두상(頭狀)의 측정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한답니다.
그가 말하더군. "그들이 귀국할 때도 그런 청을 하는가?" 라고 내가 물었지. "오, 다시는 그들을 보지 못한답니다." 그가 대답하더군. "더욱이 변화가 있다면 두상에서가 아니라 체내에서 일어나는 법이지오." - P28
나는 우리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그 거대한 세계의 표면에 깔린 정적이 호소를 하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위협을 하려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네.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그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단 말인가? 우리가 그 말없는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세계가 우리를 지배하게 될 것인가? - P60
자네들도 아다시피 나라고 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증오하고, 혐오하고 또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닌가. 그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정직하기 때문이 아니고 그저 거짓말이 내게는 무섭기 때문이야. 거짓말 속에는 죽음의 색깔이 감돌고 또 인간 필멸의 냄새도 풍기는 게 아닌가. 바로 거짓말의 이런 속성이야말로 내가 이 세상에서 증오하고 혐오하는 바이며 내가 잊어버리고 싶은 바이기도 하다네. 그리고 그런 속성은 마치 무언가 썩은 것을 한 입 물었을 때처럼 나를 비참하게 하고 또 구역질나게 한다네
(거짓말은 무섭다. 냄새가 난다.) - P61
나는 그 바보 같은 젊은이가 유럽에 있는 나의 영향력 있는 후원인들에 대해서 자기가 상상한 것을 제멋대로 믿고 있도록 내버려둠으로써 그만 거짓말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던 셈일세
(진실을 말하지 않는것도 거짓말이다.) - P61
세상에 그 어떤 꿈 이야기도 꿈속에서 느낀 것을 그대로 옮길 수가 없기 때문이야. 발버둥질치는 반항의 떨림 속에 혼재(混在)하는 그 부조리함, 놀라움 및 당혹감이라든가, 믿을 수 없는 것들의 세계에 갇혀버린 듯한 느낌이 바로 꿈의 본질이겠지만 이런 것을 어떻게 이야기 속에 옮길 수 있겠는가
(꿈을 그대로 옮길수만 있다면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 P62
옮길 수 없고말고, 그걸 옮기기는 불가능해, 우리의 일생에서 그 어떤 특정한 시기의 삶에 대한 지각을 옮길 수는 없다구. 그 삶의 진실, 그 의미 그리고 그 오묘하고 꿰뚫는 본질을 구성하는 것 말이네. 그걸 전달하기는 불가능해, 우리는 꿈을 꾸듯이 살고 있으며, 그것도 혼자서… - P62
살다보면 우리에게 짬이 전혀 없다고 여겨지는 순간에도 이따금 과거가 회고되듯이 그렇게 과거가 우리에게 생각나는 순간들이 있는 법일세. 과거는 불안하고 소란하기만 한 꿈의 형태로 찾아왔으며, 식물과 물과 정적으로 구성된 기이한 세계의 그 압도적인 실체 사이에서 경이롭게 기억되었지, 이 생명체의 정적(靜寂)은 평화로움과는 조금도 닮지 않고 있었네. 오히려 그것은 어떤 헤아리기 어려운 의도를 감싸고 있는 달랠수 없는 세력이 지닌 정적이었어
(암흑으로 들어간다.) - P77
책임 지고 늘 물위에 떠 있게 해야 할 배가 장애물에 부딪혀 밑바닥이 상한다면 그건 선원에게는 용서받기 어려운 죄가 된다네.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 소리를 한번 들은 사람은 영영 그걸 잊을 수 없을걸세, 그 쿵 하고 부딪히는 소리 말이네. 그건 마치 심장을 후려치는 소리처럼 들리지. 여러 해가 지나서도 그 소리는 생각나고, 꿈에도 나타나고, 그래서 밤에 자다가도 일어나서 다시 그 소리를 생각하면 온몸이 뜨거워졌다 식었다 한다네. - P79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타고 있던 기선뿐이었는데, 기선은 마치 용해 직전에 있는 것처럼 그 윤곽이 흐릿했고 그 주위에는 두 피트 폭의 안개 낀 강물만이 보일 뿐이었어.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것만 가지고 따진다면 이 세상의 나머지 부분은 아무데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구. 아무데도 없었어. 없어졌거나 사라져버린 것이었지. 작은 속삭임이나 그림자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청소되어 버렸던 거야.
(안개속에 있으면 마치 사라진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 P91
"저 녀석들을 붙잡으세요." 그 녀석은 핏발이 선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예리한 이빨을 번뜩이면서 말하더군. "붙잡으세요. 붙잡아서 우리에 게 주세요." "너희들에게?" 내가 물었지. "그들을 어떻게 하려구 그래?" "먹으려구요!" 그는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나서 난간에 팔꿈치를 기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위엄 있는 태도로 안개속을 바라보고 있었어.
(식인종 ㅋㅋㅋㅋ) - P92
그가 처해 있던 암흑은 도저히 침투할 수 없는 암흑이었어. 내가 그를 바라볼 때면 마치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절벽의 밑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을 내려다보는 기분이었으니까. - P156
그 상앗빛 얼굴에서 나는 음침한 오만, 무자비한 권세, 겁먹은 공포, 그리고 치열하고 기약 없는 절망의 표정이 감도는 것을 보았거든. 완벽한 앎이 이루어지는 그 지고한 순간에 그는 욕망, 유혹 및 굴종으로 점철된 그의 일생을 세세하게 되살아보고 있는 것이었을까? 그는 어떤 이미지, 어떤 비전을 향해 속삭이듯 외치고 있었어. 겨우 숨결에 불과했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두번 외치고 있었어
무서워라! 무서워라! - P157
나는 마음속으로 절망 비슷한 것을 느끼며 말했지만, 실은 그녀가 가슴속에 품고 있던 믿음 앞에 서, 그리고 어둠 속에서 비현세적인 이글거림으로 빛을 내고 있다는 그 큰 구원의 환상 앞에서, 내가 머리를 숙이고 있었을 뿐이야. 그 기세등등한 암흑으로부터 그녀를 지켜내기는 불가능했을 것이고 내 자신을 지키는 일조차도 불가능했었을 거야 - P171
그분이 남긴 마지막 말씀을 말해 주십시오. 제가 의지하며,살아갈 말씀 말입니다. 그녀는 고집스럽게 말하더군. "제가 그분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고 계시잖습니까. 저는 그분을 사랑했습니다. 그분을 사랑했지요!"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말했어. "그분의 마지막 한마디는 당신의 이름이었습니다." 가벼운 한숨 소리가 들리더군.
(거짓말이더라도 상대가 행복할 수 있다면...)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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