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까, 모르겠다. - P13
그래서 나는 <제 탓은 아닙니다.>라는 말까지 했다. 사장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괜히 그 말을 했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내가 사과를 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사장이 내게 조의를 표했어야 옳다. 하긴, 모레 내가 상복을 입고 있는 걸 보면 그도 그렇게 하겠지. - P13
그러자, 언제나처럼 또 하루의 일요일이 지나갔고, 엄마는 이제 땅속에 묻혔으며, 나는 다시 일터에 나갈 것이고, 그리고 어쨌든 아무것도 바뀐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P40
엄마의 장례를 치르던 날과 똑같은 태양이었다. 그날과 마찬가지로 나는 특히 이마가 지끈거리며 아팠고, 피부 밑에서 머리의 혈관 전체가 한꺼번에 쿵쿵거리며 때리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그 뜨거움 때문에 나는 앞으로 한발짝 움직였다. 나도 그것이 어리석은 행동임을, 그러니까 한 발짝 자리를 옮긴다고 해서 태양을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한 걸음을, 딱 한걸음을 내딛고 말았다. - P85
나는 내가 방금 낮의 균형을, 스스로 행복감을 느꼈던 해변의 그 예외적인 고요를 파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나는 꼼짝하지 않는 아랍인의 몸에 대고 또다시 네 발을 더 쏘았다. - P86
"오늘은 이걸로 끝났습니다, 반 기독교 양반" - P100
"그렇다면 피고는 어째서 총을 지니고 있었으며, 또 어째서 하필 그 장소로 되돌아간 것입니까?" 나는 그건 단지 우연이었다고 대답했다. - P122
"아니, 대체 피고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것 때문에 기소된 것입니까? 아니면 사람을 죽여서 기소된 것입니까? - P132
하지만 기소된 사람은 대관절 누구인 거지요? 기소된다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따라서 나도 얼마간 할 말이 있다고요?
그러나나 곰곰이 생각한 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P135
나는 언제나 가장 나쁜 가정부터 선택했다. 항소가 기각된다면? 뭐 그럼 죽는 거지. 이는 그 어떤 것보다도 자명한 답이었다. - P154
삶이 그다지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닌가. 근본적으로 따지고 보면 서른에 죽으나 일흔에 죽으나 별 중요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나는 모르지 않았다. - P155
그러니까 당신은 아무런 희망도 품지 않고, 그처럼 전적으로, 송두리째 죽고 말리라는 생각을 품은 채 살겠다는 말입니까? <예>라고 나는 대답했다. - P159
다른 사람들의 죽음, 엄마에 대한 사랑이 다 무슨 소용이야. 당신이 말하는 신, 사람들이 선택하는 저마다의 삶, 그들이 고른 운명이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뭐가 중요할까. - P165
당신 이해하느냐고, 이 사형수를. 그러니까, 내 미래의 깊은 곳으로부터... - P165
그처럼 죽음에 가까이 이르러서 엄마는 자신이 자유롭게 해방되어 있으며, 따라서 다시 모든 것을 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꼈음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아무에게도, 진정 아무에게도 엄마에 관해 울 권리가 없다. 그리고 나는, 나 또한 엄마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다시 살 준비가 되어 있음을 느꼈다. - P166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마무리되길. 나 자신이 혼자라는 걸 보다 덜 느낄 수 있길. 그렇게 되기 위해 나의 처형일에 수많은 구경꾼들이 모여 증오와 함성으로 나를 맞기를 희망하는 것만이 이제 내게 남은 일이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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