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인생의 마지막 감정이 투영된 작품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왠지 읽고 나니 슬프다.






"밧줄은 길어야 좋고, 말은 짧아야 좋고" - P15

하지 무라트는 언제나 자신의 행운을 믿었다. 어떤 일을 시작하더라도 성공할 거라고 굳게 믿었고, 언제나 행운이 따라주었다. - P38

"자네는 이 사람들이 누군지 알고 있나?"

"전혀 모릅니다. 각하"

"하지 무라트야, 들어본 적은 있지?"

"들었다 뿐이겠습니까, 각하. 그 자를 어러 번 혼내줬습니다."

"글쎄, 그러다 도리어 혼이 났겠지" - P47

보론초프는 그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그러나 그들이 환대할수록 하지 무라트는 보론초프나 장교들에게 더욱 신뢰가 가지 않았다. 모든 것이 불안했고, 그들이 자신을 체포해 시베리아로 보내버리거나 그냥 죽여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다. - P50

그러나 내심으로는 표트르의 죽음을 반겼다. 동거중이던 점원의 애를 임신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제는 아무도 그녀를 비난할 수 없었고, 점원이 함께 살자고 그녀를 설득할 때 말했던 대로 이제는 그와 결혼할 수도 있었다.

(징집된 남편이 죽기를 바라는 부인... 현실적인 건가? ㅎㅎ) - P63

"지금 나의 가족은 적의 수중에 있고, 가족이 산속에 있는 한 나는 수족이 묶인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러시아에 이바지할 수 없습니다. 내 가족과 적군 포로를 교환하게 해주신다면 목숨걸고 샤밀을 쳐부수겠습니다"

(원수를 갚을것이냐, 가족을 생각할것이냐?) - P75

그는 결혼한 남자의 방탕이 나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 문제로 비난 받은 적도 없으며 만약 누군가 비난한다면 그는 매우 놀랄 것이다. 그러나 온당한 행동을 했다고 믿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석연치 않은 뒷맛이 남아 있었고, 그는 그런 기분을 떨치기 위해 언제나 자신을 진정시켜주는 생각, 즉 나는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으로 주의를 돌렸다.

(자기 잘난 맛? ㅋ) - P109

그는 모두가 도둑질을 한다고 확신했다. 그는 착복한 관리들을 당장 처벌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관련자 모두를 일개 병사로 강등시키기로 결정했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그 후임이 또다시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부정부패는 사라지지 않는다?) - P111

이처럼 사실이 명백한데도 그는 주변 인물들이 늘어놓는 뻔한 아첨 때문에 자신의 모순을 보지 못했고,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현실에도, 논리에도, 심지어 단순한 상식에도 맞출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는데, 그는 자신의 명령이 아무리 무의미하고 부당하고 모순되더라도, 오로지 자신이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모두 합리적이고 공정하고 모순 없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최고 지휘자의 모순. 자가당착. 자신을 알기란 쉽지 않다.) - P114

샤밀에 대한 유수프의 감정은 아버지와는 달랐다. 그는 과거의 일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설사 알았더라도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므로 아버지가 왜 그토록 고집스럽게 샤밀과 반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P141

그는 죽음을 예감했다. 과거의 기억과 환영이 교차되며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한 손에 칼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칼에 잘려 대롱거리는 한쪽 빰을 누르며 적에게 다가서는 용감한 아부눈찰 칸의 모습이 스쳤고, 교활해 보이는 하얀 얼굴에 허약하고 혈색이 좋지 않은 늙은 보론초프 공작의 모습이 스치고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도 들렸으며, 아들 유수프와 아내 소피아트, 붉은 턱수염을 기른 핏기 없는 얼굴에 눈을 가늘게 뜬 그의 적 샤밀도 보였다. - P184

모든 기억은 상상 속에서 튀어나와 연민도, 증오도, 어떠한 희망도 일으키지 않고 흘러가버렸다. - P184

잘 쟁기질된 밭 한복판에서 짓뭉개진 엉강퀴를 보았을 때 나는 이 죽음이 떠올랐다.

(톨스토이가 글을 쓴 계기...)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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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06 2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하지 무라트!!

라스트 씬! 폭풍 감동이 휘몰아 칩니다.

˚‧º·(˚ ˃̣̣̥᷄⌓˂̣̣̥᷅ )‧º·˚

새파랑 2021-08-06 22:35   좋아요 3 | URL
완전 최고네요 😂 방금 다 읽었어요~!!

scott 2021-08-06 23:06   좋아요 2 | URL
오! 새파랑님 리딩 머쉰 ㅋㅋㅋ


土- 희곡 리뷰 쓴다 ✋
日- 하지 무라트 리뷰 쓴다 ✋

月- 점심 후 열린책 미니, 미니북 후기 올린다 ✋

( •͈ᴗ-)ᓂ-ෆ

새파랑 2021-08-07 08:44   좋아요 2 | URL
앗 힘들거 같지만 ㅎㅎ 요즘 저 나태해진거 같아요 ㅜㅜ 그래도 스콧님이 주문하셨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