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체호프의 단편은 대단하다. 감성적인 글과 여운있는 결말은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가지게 한다. 너무 좋은 책~!!








그는 지극히 평범하고 하찮은 행복의 댓가로 삶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하는지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에 남는건 무엇일까?)
- P163

발코니 아래에서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검은 옷의 수도사가 그에게 소곤소곤 알려주었다. 그는 천재이며 허약한 육신이 균형을 상실해서 더이상 천재를 위한 껍질이 되어줄 수 없기에, 오로지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고.
- P165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요컨데 여성과의 모든 교제는 처음에는 인생을 다채롭고 유쾌하게 해주는 일종의 가볍고 신나는 모험이 될 수 있지만 신사들, 특히 굼뜨고 우유부단한 모스끄바 신사들에게는 예외 없이 극도로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고 결국에 가서는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여성과 새로 만날 때면 이 경험은 어쩐 일인지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그는 다시 생의 의욕으로 넘쳐 모든 것을 단순하고 재미있게만 여겼다.

(사랑의 고통은 새로운 만남으로 인해 사라진다.)
- P171

"당신 생각 할거에요. 추억속에 간직할께요"  그녀가 말했다.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저를 나쁘게 기억하지 마세요. 우린 이제 영원히 헤어져요. 그래야만 해요.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만나지 말았어야 할 만남은 없다.)
- P182

안나는 꿈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처럼 어디든 그를 쫓아다녔다. 눈을 감으면 그녀가 살아 숨쉬는 듯 보였는데, 그 모습은 실제의 그녀보다 더 아름답고 더 젊고 더 다정했다.

그녀는 저녁마다 책장에서, 벽난로에서, 방구석에서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그녀의 숨소리와 옷자락이 부드럽게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거리에서는 여자들을 눈길로 뒤쫓으며 혹시라도 그녀와 닮은 여인이 있나 두리번거렸다.

(사랑에 빠지면 나타나는 현상.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기분.) - P185

지금 자신에게 그녀보다 더 가깝고 더 소중하고 더 중요한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사람도 없다는 것을 그는 분명히 깨달았다. - P189

그 순간 불현듯 그날 저녁 역에서 안나를 배웅할 때 모든 게 끝났다고, 그리고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던 일이 기억났다. 하지만 끝이라는 데 이르기까지는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하는지!

(관계를 끝내는데 까지는 먼 길을 가야한다.) - P191

"너무 괴로웠어요. 언제나 당신 생각만 했어요. 당신 생각만으로 살았어요. 잊고 싶었어요. 정말로 잊고 싶었어요. 그런데 대체 왜 오셨나요?"

(괴로워서 잊고 싶은 마음이란~) - P192

그에게는 두개의 삶이 있다. 하나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보고 알 수 있는 공공연한 삶, 다른 하나는 비밀스럽게 흘러가는 삶.

(나에게도 그런 두개의 삶이 있는 것 같다.) - P194

그녀는 도대체 왜 그를 이토록 사랑하는 것일까? 그는 여자들에게 어제나 그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보였고, 여자들은 그에게서 그가 아닌 다른 사람, 그들이 자기네 인생에서애타게 찾아 헤매던 어떤 사람, 그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그 사람을 사랑했다. 그들은 나중에 자기네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도 여전히 그를 사랑했다. 그런데 그들 중 단 한사람도 그와 함께 하는 동안 행복해하지 않았다. - P196

그는 조금만 더 견디면 해결책이 나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새롭고 아름다운 삶이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분명하게 깨달았다. 종착지까지는 아직도 멀었으며 가장 어렵고 복잡한 일은 이제 방금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둘의 사랑으 미래는 어려움만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시작이었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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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7-14 14: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루한 이야기>에서 ˝아빠는 바닐라 맛이야.˝ 이 대사를 잊을 수가 없네요. ㅎㅎㅎ

새파랑 2021-07-14 15:42   좋아요 2 | URL
바닐라가 최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이었나봐요. 전 피스타치오~!! 예전에는 그렇게 사랑스러운 딸이었는데 나이 들어서는 감정이 변했다는게 안타깝더라구요 ㅜㅜ

잠자냥 2021-07-14 15:26   좋아요 2 | URL
네, 그런 인생의 모순을, 쓰디쓴 진실을 이 아이스크림 하나로 표현했다는 게 정말 체호프의 대단함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1-07-14 15:54   좋아요 2 | URL
전 오늘부터 체호프의 작품세계로 빠져들어야 할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