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멸> 이 책은 너무 흥미로워서,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다 읽어 버렸다. 남여 사이의 ‘벽‘이 느껴진 작품. 왜 나는 그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었는지, 안타까우면서도 이해가 되었다.

이제 그녀는 내가 알던 여인의 겉모습만 갖춘 아지랑이에 에워싸여 있어, 나로서는 도저히 가까이 할 수 없는 향수를 느끼게 하는 꿈속의 여인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굉장히 먼 곳에 있는 사람 같기도 했다. 에밀리아는 마치 내게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감각이 미칠 수 없는, 현실이 아닌 다른세계에 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미래를 암시하는 문장이었구나...) - P49
에밀리아가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는 그 믿음을 바탕으로 용기를 갖고 내게 주어진 일에 매진할 수 있었다. 이제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는 신념이 없어졋기에 내가 가진 용기와 신뢰감은 사라졌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시간과 재능을 낭비하는 노예와 같은 노동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결국 파국의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 P57
남자들은 모두 자기를 사랑하고 칭찬해주는 여자를 찾아냄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며 자위하는 것이 아닐까?
(맞습니다. 맞는거 같아요.) - P72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면 처음에는 의심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냉정하게 생각을 거듭할수록 괴롭고 화가 나며 결국에는 후회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언제나 후회가 남는다.) - P98
왜냐하면 이 영화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율리시스와 페넬로페의 심리적인 관계를 다루는 영화가 될 테니까요. 난 아내를 사랑했으나 아내에게 사랑 받지 못한 남자 애기를 영화로 만들려는 거니까.
(영화같은 현실, 현실같은 영화) - P118
난 당신을 경멸해. 이게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이야. 이게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된 이유야. 난 당신을 경멸해. 당신 몸이 닿을 때마다 언제나 몸서리쳤어. 진실을 말했어, 난 당신을 경멸해. 난 당신이 싫어!
(경멸에는 이유가 없다. 경멸 자체가 이유이다.) - P146
페넬로페는 율리시스의 적극적인 태도를 원했기 때문에 남편에게 화가 났어요. 페넬로페는 남편 말을 따르는 동시에 경멸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게 됐고, 율리시스에게 고백하고 말았어요. 율리시스는 자신의 무심함 때문에 사랑이 식었다는 걸 알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죠. 다시 회복하려 했지만 실패했어요.
(끝난건 끝난거다. 되돌리수 없다. 대부분은) - P242
"당신은 제임스 조이스가 쓴 율리시스를 읽어본 적이 있나요? 조이스가 누군지는 아세요?"
(읽어봐야 겠다. 꼭. 완전 재미있을 것 같다. 왜 그동안 안읽은 거니...) - P265
나는 오디세이 대본에 등장하는 율리시스를 세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바티스타가 그리는 율리시스, 내가 그리는 율리시스, 레인골드가 그리는 율리시스. 나는 내가 그린 율리시스야 말로 원작자인 호메로스가 의도한 것이며, 옳은 모습이라 생각했다.
세 사람이 생각한 율리시스의 모습은 왜 각각 다를까? - P299
"동굴 안은 어둡지만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 곧 보일거야"
(이 문장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 - P311
이해할 수 없겠지만, 카프리로 떠난 건 그곳 어딘가에 에밀리아가 있지 않을까, 어딘가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 떄문이었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나)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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