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외>에 있는 표제작 ‘백야‘ 완전 최고의 감정적인 단편이다. 그리고 ‘꼬마영웅‘도 좋다.
사랑도 잘 표현하는 도선생님 너무좋다,

어떤 놀라운 우수가 아침부터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불현듯, 모든 사람들이 외로운 나를 저버리고 나에게서 떠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런 기분을 느껴본적이 있다.) - P225

한순간의 아름다움이 그렇게나 빨리 그렇게나 돌이킬 수없이 시들어 버림에, 그녀가 당신 앞에서 그렇게나 기밀적으로, 덧없이 명멸함에 당신은 서러워한다. 그녀를 사랑할 시간조차 없었던 것에 당신은 애달파한다. - P232

나는 몽상가입니다. 내게 현실적인 삶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 같은 이런 순간이 날이먼 날마다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꿈속에서 그 순간들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밤새도록, 1주일 내내 당신을 꿈꿀 겁니다. 나는 내일 반드시 바로 이 시간에 이곳, 바로 이 자리에 올겁니다. 그리고 어제의 일을 회상하며 행복해 할 겁니다. 이 자리는 내게 이미 다정한 장소가 되어버렸습니다.

(몽상가가 사랑에 빠진다면 이렇게 되는거겠지?) - P240

저를 사랑해서는 안됩니다. 절대로 그건 안됩니다. 우정은 얼마든지 좋아요. 자 여기 제 손을 잡으세요. 그러나 사랑은 안 돼요. 부탁이에요. - P241

지금 당신 옆에 앉아서 당신과 이야기를 하는 이 순간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미래에는 또다시 고독과 이 곰팡내 나고 쓸모없는 삶이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지금 이미 당신 곁에서 이토록 행복한데, 뭐 때문에 또 꿈을 꿔야 하겠습니까.

(미래가 없더라도, 현재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것 같다.) - P261

사실 우리는 어떤 사람들에게 그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합니다. 나도 당신이 나를 만나 준 것에 대해, 그리고 내가 평생 당신을 기억할 거라는 데 대해 당신께 감사합니다.

(어딘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할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건 좋은 것이다.) - P279

오늘은 비가 구질구질 내리는 슬픈 날이었다. 마치 미래의 내 노년처럼 한줄기 빛도 비치지 않았다. 너무나 이상한 상념과 너무도 우울한 감각이 나를 온통 메우고 있다. - P281

나는 오랫동안 서서 사라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 둘 모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마지막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이란.)

- P307

너의 하늘이 청명하기를, 너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밝고 평화롭기를, 행복과 기쁨의 순간에 축복이 너와 함께 하기를!

너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어느 외로운 가슴에 행복과 기쁨을 주었으니까.

오, 하느님! 한순간 동안이나마 지속되었던 지극한 행복이여! 인간의 일생이 그것이면 족하지 않겠는가?

(도선생님의 이런 감정을 묘사하는 문장은 자주 보지 못해서 그런지 더 와닿는다.) - P310

그러나 나의 영혼은 어떤 예감처럼, 어떤 것을 통찰한 듯 거칠고도 부드럽게 괴로워했다. 나의 놀란 가슴은 어떤 기대로 인해 가볍게 떨면서 무언가를 부끄럽고도 기쁘게 간파해 나갔다. 나의 가슴은 무엇인가에 관통당한 듯 갑자기 아프게 뛰기 시작했고, 눈물이, 그렇다, 달콤한 눈물이 나의 눈에서 쏟아졌다.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풀잎처럼 몸을 와들와들 떨며, 지금까지 내가 알지 못했던 그런 최초의 발견과 경험에 나의 마음을 아낌없이 헌납했다. 이 순간 나의 첫 유년 시대는 막을 내렸다.

(사랑에 대한 떨리는 경험과 성장을 너무 멋지게 표현했다) -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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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18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끼 선생의 자아 속에는 세상의 모든 인간 군상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죄와벌을 읽다보면 어느날 작품속 인물들이 나한테 말걸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ㅎㅎㅎ

새파랑 2021-05-18 17:09   좋아요 1 | URL
저는 죄와벌 읽으면서 ˝라스콜니코프˝에 빙의한 느낌을 받았었어요. 정신병 걸린 것 같은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