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죠?
어느 한가한 저녁 두편의 단편까지 읽었다.
이 두편도 좋다. 능동적인 주인공들의 행동과 중간 중간의 좋은 문장들.
어느날 아침 해가 중천에 미처 다다르지 못하고 바다는 깊은 숨을 쉬지 않으며 악성 바이러스는 본연의 임무를 상실한 채 물고기들과 놀고 있을 때, 바로 그 순간 바닷가에 페미나가 등장했다. 여자가 아니라 페미나 였다. 평범한 소련 여자 중에 그렇게 아름다운 등을 가진 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작곡가는 초조했다. 보통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개들이 이런식으로 흥분하곤 했다.
(아름다운 등은 어떤 걸까? 이분에서 하루키, 그리고 하루키 소설의 키키(?)의 귀가 생각났다. ㅎㅎ ) - P400
해가 지기 시작했고, 대지와 바다, 슬픔, 새, 사람 그리고 그날 하루와 작별인사를 했다. 하늘 곳곳이 분홍색과 산딸기색으로 어지러이 물들었다. 어찌나 아름답고 충만한지 누군가와 이별을 앞둔 것 같았다.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 P411
그녀는 화해도 설명도 듣지 않기로 했다. 그의 이름을 마음속 영정사진 액자에 넣어 국화를 올려놓고 더 이상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런 표현 정말 좋다.) - P420
그 순간 리타는 문득 깨달았다. 그녀가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처럼 그를 향한 사랑이 깊숙이 스며들었다. 다른 것과 몰래 바꿔치기하고 싶지도 않고, 심지어 사랑하는 척하고 싶지도 않았다.
(갑자기 바꾸는 마음의 배경에는 과거의 기억이 있는거겠지.) - P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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