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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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상반기의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은 『혼모노』가 점령했다. 출간된지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드는 것을 보면, 아마 2025년에 『혼모노』의 아성을 이길 만한 작품이 과연 나타날까 싶다. 『혼모노』의 인기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무래도 박정민 배우가 쓴 희대의 카피문구,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도 한몫 했겠지만, 나는 작년의 화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과 『혼모노』를 비교 분석하고 싶다.

일단 소설이 인기 있으려면 단언컨데 이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바로 ‘재미’. 아무리 문학성이 좋은 작품이라 한들, 재미가 없으면 대중의 인기를 사로잡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소설의 재미는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서사의 흥미’, 이는 독자로 하여금 뒷이야기가 궁금하여 책장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공감대’. 소설 속 인물이 겪는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인 양 싶게끔 현실감을 강하게 조성하여 몰입을 끌어올린다. 마지막은 ‘참신한 소재’. 이는 소재 자체가 새로운 것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독자에게 ‘익숙한’ 소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과 『혼모노』 모두 이 세 번째, ‘참신한 소재’에서 독자들의 큰 흥미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느꼈다. 이를테면 「롤링 선더 러브」(김기태)의 경우, 너무나도 익숙한 ‘연애 프로그램’이라는 소재를 두고 ‘출연자가 PD에게 반한다’는 참신한 설정을 가미하여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혼모노』는 어떨까. 표제작 「혼모노」를 보면, 이제는 익숙한 ‘무당’이라는 소재를 ‘신기를 잃은 무당’으로 비틀어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참신한 설정에서 비롯한 독특한 매력은 유지하면서도, 가지고 있던 것을 잃어버린 인물의 처절한 욕망은 날것 그대로를 제시하여 독자들의 공감대까지 확보한다. 「혼모노」야말로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소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주 영리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외에도 너무나 인상깊게 읽은 「스무드」라는 소설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스무드」는 극우 성향 집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극우 집회라니, 말만 들어도 너무나 예민한 소재여서 ‘도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어느 한쪽은 분명히 불편(혹은 불쾌)할 것만 같은 느낌. 그러나 「스무드」는 그렇지 않다. 극우 집회에 참여한 이들을 바라보는 주인공을 외국인으로 설정하였기 때문에,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들을 바라본다.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새롭고 신선한 시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선에서 비롯한 새로운 깨달음과 여운은… 독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출간된지 몇달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혼모노』를 읽은 연유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중고로 이 책이 올라오길 기다렸다고 답할 것이다. 수록된 일곱 편의 수록작 중 세 편 이상을 수상작품집 등에서 미리 보았기 때문에, 정가 주고 구입하기엔 괜히 돈 아깝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지나 알라딘 중고서점에 『혼모노』가 올라오자마자 구입하여 읽었고,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감상으로 책장을 덮는다. 뒷북이 심한 리뷰라 조금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 『혼모노』를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동안 소설을 읽어오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혼모노』는 재밌게 읽힐 것이라 감히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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