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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몰퍼스 ㅣ 시-LIM 시인선 3
김해솔 지음 / 열림원 / 2025년 9월
평점 :
시집을 읽으면서 제 머릿속을 계속 뒤덮고 있던 한줄평이 바로 ‘언어를 이렇게도 가지고 놀 수 있구나!’였어요. 시인만의 독특한 감성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대충은 감이 오실까요. 그런데, 보통은 이런 느낌이면 어렵기만 하고 지루했을 텐데, 『아몰퍼스』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치 미술관에 온 느낌이었어요. 아니,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시인이 그려놓은 그림 속 세계에 풍덩 빠져서 여기저기 마음껏 구경하고 돌아다닌 기분이었달까요? 무척이나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그와중에 맥락과 위트, 감성과 재미를 챙기고 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덮었던 것 같아요.
‘너와 싸운 날 // 언어 도둑이 나타났다 그는 세상의 모든 언어를 훔쳤고 가격을 달아 팔기 시작했다 가령 이런 식이다 // 씨발 1원 / 사랑해 1억 // 사랑은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었고 세상은 씨발이 되어 갔다’(시 「창조적 퇴화」 일부)
‘야 // 네가 한마디만 해 보라고 해서 / 한마디만 하려고 하는데 아니, / 한마디만 하려고 하면 백 마디는 하고 싶어지는 게 / 사람 심리 아니겠니? 싶어서 하는 말인데 아니,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왜 살지’(시 「제2법칙」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