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문어 모자를 다시 쓰다 시-LIM 시인선 2
서호준 지음 / 열림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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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자체를 어렵지 않게 쓰려고 노력하신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읽는 동안 이해가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거의 없었어요. 굳이 장황하고 와닿지 않는 비유를 곁들여 말하고자 하는 바를 겹겹의 포장지에 쌓아 숨겨두는 듯한 시인이 있잖아요? 근데 서호준 시인님은 아니었습니다. 본인이 느낀 바 그대로를 드러내면서도 자신의 시적 언어가 가진 매력을 고유히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너무 좋았죠. 이를테면,

‘요즘에는 다녀온 뒤 또 다녀오고 또 다녀온 사람도 많고,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꼭 전해 달라고 쓴 수기도 유통되어 만만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모험이라는 건 죽음을 옆구리에 끼고 다음 기수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는 말은 꼭 해야겠다.’(시 「아울베어.예티」 일부)에서는 씁쓸한 사유가 좋았고요,

‘쉽지 않았어. / 너를 욕하는 사람 앞에서 가만히 / 듣고만 있는 게’(시 「그러나 8월에라도」 일부),

‘그러나 어렵사리 껍질을 벗기고 / 끓인 물을 부어도 / 그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 그런데 좋았다’(시 「불안한 살인마와 너의 식탁은」 일부)를 읽으면서는 서호준 시인만의 사랑이 느껴져 참 애틋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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