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 프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7
이디스 워튼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인스타그램 피드로 올릴 사진을 조금 다르게 찍고 있습니다. 전에는 나무 탁자를 배경으로 통일성 있게 찍어 왔지만, 이제는 변화를 조금이라도 주고 싶었어요. (예쁜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 뭐 그런… 아주 작은 욕심?) 아무튼 그래서 요즘은 책을 읽고 나서 말하고 싶은 감상이 많다 싶으면 책 사진 스팟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고 다닙니다. 그런데 『이선 프롬』은 찍고 싶은 배경이 딱 있었어요. 말라 비틀어진 나뭇가지나 낙엽 더미 위, 이것이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소설 속 분위기가 정말이지 너무나도 애처롭고 초라했거든요.

보통 『여름』과 함께 묶여 쌍둥이 소설로 불리는 『이선 프롬』인데, 막상 읽어보니 둘의 감상은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여름』을 읽을 때 제 마음이 분노로 점철되었다면, 『이선 프롬』은 순수하게 ‘착잡함’만을 느꼈던 것 같아요. 주인공 ‘이선 프롬’의 처량한 말로를 제시하는 소설의 도입부는 물론이고, 이십여 년전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아내의 사촌 ‘매티’와 불륜을 저지르는 모습을 볼 때도 말이죠. 금지된 사랑을 저지르는 부도덕한 인물들의 행태에도 어쩐지 저는 주인공이 그저 가여울 뿐이었습니다. 왜일까요. 왜 이선 프롬이 안쓰럽기만 했을까요.

물론, 주인공이 맞이할 비극적인 결말이 프롤로그에 이미 나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조금 다른 이유가 더 컸던 것 같아요. 바로 ‘돌봄 노동’의 어려움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소설에서 이선 프롬은 애정 없이 결혼한 아내 ‘지나’의 병수발을 드느라 몸과 마음이 이미 지칠대로 지쳐 있었거든요. 게다가 이디스 워튼의 섬세한 문체가 이선 프롬의 처지를 더욱 애처롭게 부각하다보니 독자로서 깊이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이선 프롬에게 매티와의 사랑은 삶을 살게 하는 유일한 이유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말 말 그대로 ‘빛과 소금’같은 존재랄까요. 막막하고 답답한 병수발 생활에서 유일하게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 그런 사랑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이선과 매티 두 사람의 사랑을 마냥 손가락질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프롤로그에 나와 있듯 이 소설의 결말은 배드 엔딩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비참한 최후를 향해 갈수록 저 또한 착잡함의 심연으로 빠져들어가는 듯했어요. 참…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까지 망가트리다니, 작가도 너무한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조금 검색을 해보니,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네요?! 작가 이디스 워튼도 이선 프롬처럼 불우하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마도 자신의 그런 결혼 생활을 소설로써 녹여낸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어쩌면 이디스 워튼에게는 소설이 살고자 하는 발버둥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쓸쓸하고 처량하고 시리도록 추운 이 계절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선 프롬』이었습니다. 아직 이 소설을 안 읽어본 분이 계시다면, 이번 겨울이 가기 전에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