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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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는 이런 기분에 휩싸인다. 소설 속의 사건들이 바로 내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혹은 소설 속 인물들과 아주 흡사한 성격의 사람들을 내 주변에서 본 것 같은 기분. 이는 곧 장류진 작가가 리얼리티, 즉 현실감을 작품 속에서 정말 잘 조성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번에 읽은 『연수』도 마찬가지였다. 일상의 한 장면을 이렇게나 예리하게 포착하여 현실감을 살려 하나의 이야기로 서사화할 수 있다니. 이는 분명 장류진 작가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능력일 테다.

표제작 「연수」는 20년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먼저 읽었던 작품이라 익숙한 내용이었지만, 그 외의 소설들을 읽으면서는 ‘이게 장류진이지!’를 속으로 연발했더랬다. 「펀펀 페스티벌」에서는 자기 잘생긴 줄 아는, 지 잘난 맛에 사는 꼴값(?) 인물 ‘이찬휘’가 꽤나 밉상이었고, 「공모」의 ‘김건일’은 어딘가 부족한 듯 무녀리 같아보여도 주인공을 팀장 자리에 앉히고 천사장을 끝까지 챙기려는 모습을 보여 마음이 많이 가는 인물이었다. 소설에서 인물 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싶은데, 장류진은 현실적인 서사와 더불어 인물들을 아주 입체적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보여주었던 그 느낌에서 그리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전히 쉽고, 현실감 넘치고, 잘 읽혔지만, 그게 다였다. 조금 가볍다는 느낌을 『연수』에서 지우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이것이 장류진의 매력이라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사회적인 메세지를 담는다거나 마음 한 편이 묵직하게 울리는 찡한 감동이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 팬으로서 든다.

(덧 하나. 요즘 내가 김애란 전작을 읽는 중이어서 그런가, 모든 단편집을 김애란 작가와 비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양해 바란다.)

(덧 둘.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중 「라이딩 크루」는 유일하게 ‘용두사미’였다. 나체 엔딩….이라니???? 이런 개연성 없는 결말은 현실감까지 놓쳐버린 것처럼 느껴져 퍽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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