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큰 사랑을 받지만, 유달리 나랑은 맞지 않은 작가들이 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최진영 소설가다. 최진영의 유명한 작품들을 여러 차례 도전해보았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 단 한 권도 완독하지 못하였다. 이 말을 본 최진영의 팬들은 내게 이렇게 물을 수 있겠다. “대체 왜요? 그 좋은 걸 어째서 읽지 못한 거죠?” 그렇다면 나는 이 질문으로 되묻고 싶다. “그 마음을 어떻게 버티셨어요?”
싫다는 게 아니다.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다만 최진영의 작품 속 인물들이 처해지는 상황이 너무나 어둡고 힘든데, 최진영의 문체가 섬세하면서도 수위가 높은 묘사다보니 나에게 전달되는 감정의 파고(波高)가 견디기 힘들 만큼 거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어떤 비밀』이라는 산문집을 읽으면서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었고, 이제야 비로소 최진영 작가의 작품을 다시금 펼쳐볼 용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