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알려지지 않은 진실, 혹은 이미 알려진 과거 속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불편하게 캐묻는 이야기꾼들이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과거에 집착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답할 것이다.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판결이나 사면과 무관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답할 것이다.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안도하는 순간, 망각은 거슬르 수 없는 물리법칙처럼 작동하여 우리가 그토록 싸웠던 무책임과 무자비함을 어느새 승자의 위치에 되돌려놓기 때문이다. (262~26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