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없는 일기’ 시리즈는 이수명 시인의 1년 동안 쓴 일기를 한 권에 묶은 산문집이다. 다만 보통의 일기 에세이와는 다른 독특한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날짜를 쓰지 않고 월별로만 장을 나눈 것이다. 뭐랄까, 구체적인 날짜를 알지 못한 채 책을 읽다보니, 그 달에 할 법한 생각들과 느낌들이 어렴풋한 일관성 혹은 통일성 등을 가지고 모여있는 느낌이 들어 꽤나 새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책은 ‘일기’라는 장르의 말마따나 가볍고 조용한 호흡으로 쓰인 글의 묶음이었지만, 그런 일상적인 순간조차 시인의 시선으로 포착되어 상당히 색다르고 신선한 내용을 품고 있었다. ‘와 이걸 이렇게 바라본다고?’ 혹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등 시인만의 눈길과 사유가 무척이나 독특했고, 신기했고, 그래서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