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로봇 - AI 시대의 문학
노대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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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ChatGPT의 등장과 그 파급력은 너무나도 대단했다. 때문에 전세계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영역이 AI에게 침범당하거나 대체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심해졌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많은 IT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문학계 또한 피해갈 수 없었다. 거대 언어 모델(LLM)을 활용하면 시나 소설 같은 문학 또한 만들어낼 수 있었고, 심지어 그 수준이 결코 낮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과연 AI는 인간 작가를 대체하게 될까?


『소설 쓰는 로봇』의 저자 노대원 교수는 이 가능성을 인정하며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AI는 분명히 인간의 경험을 겪을 수 없고 인간의 욕망을 품을 수도 없다. 그렇기에 AI 그 자체만을 놓고 보자면 AI가 예술가의 자리를 빼앗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여기에 ‘자본’이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AI가 기술-자본의 대리자가 된다면, 다시 말해 돈벌이 수단으로 AI가 활용된다면, 기술-자본과 가장 긴밀하게 얽힌 대중 예술이야말로 AI가 가장 탐내는 먹잇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AI가 인간 작가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설령 자본이 들어가 무수히 많은 양질의 이야기를 쏟아낸다고 해도, 인간 작가가 쓴 글을 사람들이 안 읽지는 않을 것 같다. AI가 쓴 작품은 AI가 쓴 것으로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이 또한 궁금해져서 찾아보고 싶을 것 같으니 말이다. 하여 코딩 등의 기술 영역과는 다르게, 예술의 영역에서는 AI와 인간이 ‘공존’하지 않을까 하는 다소 낙관적인 생각이 든다. 에스파와 아이브의 노래 중 어느 하나만이 아닌 둘 다 듣는 것처럼, AI의 예술과 인간의 예술은 서로 병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AI 기술의 발전이 인간 이상의 탁월한 문학을 생성할 수 있어도, AI가 인간의 몸과 체험이 없다면, 그 생성 과정은 인간과 근본적으로 다른 과정이며, 인간처럼 문학을 향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 AI에게만 수용 가능한 문학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기술적 시도가 될 수 있어도 더는 문학으로 불리기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AI 문학은 인간과 AI의 소통과 관계를 위한 의미있는 영역이 될 것이다. (55p)


『소설 쓰는 로봇』은 총 4부로 구성되어 1,2부에서는 생성형 AI와 문학의 관계 및 AI를 둘러싼 문학의 비판적 사유를 다루고 있고, 3,4부에서는 과학과 문학의 소통을 다룬 글들과 그런 작품들에 대한 짧은 서평들이 실려있다. 개인적으로는 1,2부의 내용이 요즘 나의 관심 분야와 부합하여 더 재밌게 읽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대체로 이 글이 쓰인 시점이 출간된 지금과는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책에서 저자가 활용한 AI 모델이 GPT-3 버전이었다는 것이다. GPT-4o가 나온 지금, 심지어 ‘유료 결제’ 버전이 나온 이 시점에서 GPT-3 버전을 바탕으로 쓰인 부분은 조금 ‘노화’되지 않았나 싶게 느껴져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AI에 대한 저자의 통찰과 사유는 깊이 있게 읽혀져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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