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2025.여름 - 65호
자음과모음 편집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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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지난해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발행되는 문예지 Axt를 1년여간 읽는 ‘악독단’ 활동을 마친 후로, 문예지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다. Axt가 재미없었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문예지를 충분히 읽을 만큼 읽었기에 이제는 굳이 더 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차피 관심있는 작가의 작품(혹은 글)은 단행본으로 추후에 출간될 것이므로 그것을 구입해서 읽으면 그만이니, 문예지를 구태여 구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자음과모음 2025 여름호』의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나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모집에 신청하여 감사하게도 책을 받아들었다.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바로 ‘김병운’. 김병운 작가님의 작품이 실려있는 게 아니라, 아예 작가 특집 꼭지 하나를 김병운 작가님으로 꽈악 채운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김병운 작가님은 내게 의미가 조금 남다른 분이시다. 퀴어 문학을 피해오던 내게 그 세계로 입문시킨 작가님이시고, 북스타그램을 접을까 고민하던 무렵 다시 글을 써보자고 다짐하게 만든 힘을 주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런 작가님을 분석(?)하고 파헤쳐놓은(??) 글이 담긴 문예지가 있다???? 절대 못참지…;;;




음…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적지 않은 퀴어 문학을 나름 읽어왔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렇게 내가 느낀 퀴어문학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퀴어라는 소재를 전면으로 배치하여 작품의 중심 주제로까지 끌어올린 소설이 있는가 하면, 평범한 일상 혹은 별다를 것 없는 사건이 중심인데 주인공이 그저 성소수자인 작품도 있다. 개인적으로 후자의 경우를 읽을 때에는 퀴어성이 조금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억지스럽고, 불필요한 장치 중 하나로만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퀴어성이 작품의 중심 주제가 되는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성소수자로서의 삶만이 가지고 있는 그 분명한 요소가 그 작품을 읽게 만든다. 김병운 작가님은 전적으로 퀴어 정체성을 내세우는 작품을 집필하신다.

물론 이러한 소설들도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성소수자로서의 삶을 낱낱이 드러내는, 이를테면 박선우 작가의 『어둠 뚫기』처럼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삶을 사는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퀴어문학이 있는가 하면 조금 다른 느낌을 지닌 소설도 있다. 한국 사회 안에서 성소수자로서 거대한 다수의 편견에 맞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외로우며 힘든 일인지를 고발하듯 보여주는 소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김병운 작가님이 후자와 같은 작품을 쓰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소설이 내게 너무 좋았다. 내가 갖고 있던 편협한 시선을 반성하고 뉘우치게 만드는 묵직한 주제의식과 더불어 한편의 독립영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문체까지. 박상영, 박선우, 김지연 등 퀴어 소재의 작품들을 주로 쓰시는 작가님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요즘의 한국문학계이지만, 그럼에도 김병운 작가님의 작품은 정말 독보적이라고 느낀다. 그 누구도 김병운 작가님의 느낌을 낼 수 없어 대체하지 못한다고 생각되는, 그래서 너무나 소중한 김병운 작가님의 작품을 곧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너무나도 기쁠 따름이다.


『자음과모음 2025 여름호』에는 김병운의 작품들을 분석한 노태훈 평론가의 작가론과, 곧 출간될 단편집을 두고 겪은 김병운 작가님의 에세이가 담겨 있었다. 에세이를 읽으며 김병운 작가님이 그동안 고된 시간을 보내셨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를테면 한번도 거절해본 적 없는 소설 청탁을 거절하게 된 일화라던지, 소설이 쓰이지 않는 것을 주제로 심리 상담을 받아오셨다는 점이라던지… 그의 글을 사랑하는 한 명의 독자로서 조금 안타깝기도 하고 그만큼 절실한 마음으로 소설들을 써오셨을 것 같아 감사하기도 하다. 신작이 출간되면 누구보다도 먼저 사서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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