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되는 순간들 - 이제야 산문집
이제야 지음 / 샘터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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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좋아하는 북튜버의 영상 중에서 이제야 시인의 『진심의 바깥』을 다룬 영상을 인상 깊게 보았다. 언젠가 이제야 시인의 책을 꼭 읽어야지 싶었지만 어쩐지 계속 미뤄두고 있던 차에 샘터사 출판사로부터 너무도 감사한 제안을 받았다. 심지어 교생 실습으로 인해 서평을 올리는 기간이 늦어질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또한 양해를 해주셔서 감사히 읽게 되었다. (샘터사… 대박 나세요🤩)


『시가 되는 순간들』은 시집이 아닌 산문집이다. 시집을 그리 즐겨 읽지 않는 나로서는 오히려 더 좋았던 선택이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나 이 책은 시를 다루는 시인으로서의 진솔함, 그 여리고 순수한 마음이 너무도 뭉클하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소설가나 시인의 에세이는 곧잘 읽는 편인데, 이번 책 역시 내 마음에 와닿는 구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문학 에세이, 특히 시에 대한 시인의 사유가 가득 담겨있는 산문집이었다. 워낙 좋은 문장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나의 감상보다 책 속 문장을 더 옮겨 적으련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지 않는 사람 모두 뭉클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과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사이를 오고 갑니다. 서로를 완벽히 안아줄 수 없는 이유가 되겠지요. 아마 우리는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오래 짐작만 할 겁니다. 시를 쓰는 일은 누군가를 오래 짐작하는 힘을 얻는 일 같습니다. (5p)


📖 낭만 없는 낭만에서도 너의 낭만이 되어준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없는 이상하고 신비로운 장면을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 시를 쓰는 이유입니다. (98p)


📖 시를 쓰는 이유, 시로 얻을 것이 무엇인지 찾다 보면 그 끝에는 늘 우리가 있습니다. 그 쓸모는 결국 시를 읽고 나눠주는 우리들에게서 채워진다는 것을 깨닫지요. (110p)


📖 우리는 익숙해지는 그리움이 무서워서, 익숙해지는 슬픔이 겁나서 잊는다고 말합니다. 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리운 것은 대개 애초부터 잊을 수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시를 쓰는 순간은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기억하고 싶지 않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시작되지요. (114~115p)


📖 시집에는 독자가 필요합니다. 시집이 점점 소수의 향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생각하고요. 여러 강의에 가서 수강생에게 꼭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요즘 시집들 왜 이렇게 어려워요?” (…) 어려운 시의 반대말은 쉬운 시가 아니라 ‘읽게 되는 시’가 아닐까요. (155~156p)


📖 삼십 대가 되고 치열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는 목표를 이루는지 이루지 못하는지에 대해, 누가 더 앞서 나가는지에 대해 이따금씩 너무 많이 저울질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꿈도 모르면서 무례하게 함부로. (207p)


📖 쓰는 순간은 앞으로도 대부분 안온하거나 기쁠 수 없겠으나 여럿에게 빚을 지며, 색을 입혀 시를 쓰고, 그 시를 우리가 함께 나눈다면 외롭거나 쓸쓸해도 포근할 것임을 믿어봅니다. (2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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