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는 부모 모두를 잃은 주인공 ‘사이러스’가 의미 있는 죽음에 집착하듯 ‘순교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이러스는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를 ‘허무맹랑’하게 잃었다. 미군이 이란의 여객기를 적기로 착각하여 미사일을 발사하는 바람에 그대로 죽어버리고 만 것이다. 사이러스는 어머니와의 기억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인지 일부러 어머니를 애도하는 날을 만들어 오열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이는 사이러스에게 어머니의 죽음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아버지 또한 어머니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때문에 사이러스는 자신의 죽음을 부모의 죽음과는 달리 ‘유의미한’ 것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에 휩싸이게 된다. 그렇게 그는 ‘순교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한다. 병원에서 신참 의사들을 위해 죽어가는 환자 연기를 하기도 하고, 순교자들의 사진을 방에 붙인다든가 순교자들에 관한 시를 쓰기도 한다. 즉, 사이러스는 언제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쯤되면 눈치챘겠지만, 『순교자!』는 그리 재미있는 소설은 아니다. 다만 좋은 소설이라는 점도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독자로 하여금 깊은 사유에 잠기게 하기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 사이러스가 바라는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순교’여야 했다. 자살과 순교를 구분짓는 것은 무엇일까. 무의미에서 의미로 향하는 과정을 사이러스는 자살이 아닌 순교라고 보고 유의미한 죽음을 그렇게나 절실히 바랐던 걸까. 삶과 죽음의 대해, 그리고 죽음의 허무와 유의미성에 대해 탐구하는 소설이라는 한줄평으로 이 글을 마치려 한다. 만약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이 아직 오지 않는다면, 아래에 적을 옮긴이의 말 속 한 구절을 읽길 바란다. 분명 이 책이 궁금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