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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마추켈리 외 그림, 황보석 외 옮김, 폴 오스터 원작, 폴 카라식 각색 / 미메시스 / 2025년 4월
평점 :
#도서협찬
작년에 『파리대왕 그래픽노블』을 정말 감명 깊게 읽은 후로, 나는 아무리 어려운 고전이라도 그래픽 노블로 읽으면 이야기를 쉽고도 깊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나의 그런 생각을 비웃는 듯했다. 지금까지 읽어온 탐정소설과는 아주 많이 다른 느낌일 것이라는 출판사 담당자님의 소개글을 읽고 호기심이 동해 받아든 이 책은, 탐정이 수사를 진행할수록 사건이 해결되기는 커녕 점점 더 미궁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듯한 기분에 내 머릿속도 점점 아득해져만 갔던 것이다…🤯
세 편의 중편 소설이 묶인 『뉴욕 3부작』을 두고 ‘카프카식 탐정 소설’이라 소개하는 문구가 종종 보이던데, 다 읽고 나니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너무도 잘 알 것 같다. 흔히들 카프카에 대해 ‘실존주의’, ‘포스트모던’, ‘부조리’ 등의 개념으로 알고 있을 텐데 이 작품 역시 그렇다. 사건이 벌어지고 탐정 역할을 하는 인물이 등장하여 그 사건을 파헤치고자 하는 서사가 펼쳐지지만, 그 끝은 사건의 종결이 아닌 미결, 미궁 그 자체였다. 이는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생과 죽음의 부조리, 삶의 예측 불가능성 등으로 설명하는 부조리와 비슷하지 않은가?
그래픽노블이었기에 다행이지 그냥 줄글로 되어있는 원작 ‘소설’을 읽었더라면, 나의 머리는 혼란과 혼돈으로 뒤덮여 무척이나 고통스러웠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래픽노블이 모든 ‘난해’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독서를 통해 새롭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별로였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래픽노블로 읽었기에 완독할 수 있었고, 그 기이함과 묘한 우연성이 그림으로 구체화되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카프카를 비롯한 부조리 문학을 어려워했던 사람들은 분명 원작 『뉴욕 3부작』도 어렵다고 느낄 것이기에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 『뉴욕 3부작 그래픽노블』을 강력하게 권하는 바다. 폴 오스터가 만든 광기와 파국의 혼돈을 제대로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