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5일 토요일
서울역 2층 파리크라상에서 샌드위치를 샀다
기차에서 맛있게 먹으면서도 몰랐다
그날 새벽, 한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교반기 속으로
상반신이 빨려들어가 숨졌다는 것을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
이십대 노동자의 사망 원인은 질식사,
사망 현장에서 생산한 샌드위치 사만여 개가 모두 유통되었다는 것을
내가 먹은 샌드위치도 그중 하나였을까?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피 묻은 샌드위치를 삼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바로 다음날 공장축은
사고 난 교반기를 흰 천으로 덮어두고 작업 재개를 지시했다
(…)
이젠 샌드위치를 먹지 못할 것 같다
빵을 굽고 야채를 씻고 햄을 썰고 소스를 만드는 손들이 떠올라
교반기 앞에 종일 서 있을 사람의 모습이 떠올라
교반기 속으로 빨려들어간 몸이 떠올라
그러나 지금도 공장은 돌아가고 교반기는 돌아가고 컨베이어 벨트는 돌아가고 새벽에도 작업조는 돌아가고
사람을 삼킨 교반기 속의 어둠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소스가 되어버린 노동자의 죽음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