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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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소년 소설을 몇 권 읽었는데, 감히 말하건데 이번에 읽은 <유원>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아… 진짜, 왜 이제야 읽었지?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너무 좋았다. 사실 올해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백온유 작가님이 수상하셨다는 뉴스 기사를 보고 ‘엥? 청소년 소설 쓰시던 분이 아니었던가’ 싶어서, 사두고 몇 년째 묵혀두고 있던 이 작품을 꺼내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Michin 너무 좋잖아??

<유원>은 십여 년 전 비극적인 화재 사건에서 살아남은 열여덟 살 주인공 '유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 사고 당시 어릴 적 유원을 구하기 위해 유원의 언니가 그녀를 이불로 감싸 11층에서 밖으로 던졌고 결국 언니는 죽는다. 그리고 언니가 던진 유원을 1층에서 받은 어떤 아저씨는 이로 인해 다리를 다쳐 끝내 회복되지 못하고 평소 다니던 직장에서도 해고된다. 이로 인해 이 아저씨는 유원의 가족 곁을 늘 맴돌며 돈이 필요하면 이들에게 빌리는 등 오랜 시간동안 유원을 괴롭힌다. 유원의 가족은 이 아저씨를 끊어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쨌거나 아저씨는 유원의 목숨을 살린 생명의 은인이었으니까.

유원은 사고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고 학교에서 언제나 홀로 다닌다. 이 사고가 워낙 큰 화제를 얻었기 때문에 유원을 둘러싼 주변 친구들이나 선생님들 모두 그 사고를 알고 있었고, 때문에 유원이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그 사고 걔?’라는 시선이 끈덕지게 남았다. 그렇게 초중딩 시절을 지나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을 때, 유원은 자신을 거리낌없이 진솔하게 대하는 ‘신수현’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더이상의 내용을 설명할 순 없지만, 이 작품에서는 유원이 수현을 만나면서 자신이 겪고 있던 딜레마적인 부담을 힘겹고도 훌훌 벗어 던져내고야마는 그 과정이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져있어 독자들은 뭉클한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내가 이 소설을 좋아했던 이유는 바로 <유원>에 담긴 서사의 성격 때문인 것 같다. 바로 ‘구원’의 성질을 띠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한 인물이 가지고 있던 내면 속 아픔, 슬픔, 부담, 무게를, 스스로가 결국 털어버리고 일어서는 따뜻한 이야기, 그 이야기가 내게는 너무도 아름답고 벅찬 마음으로 읽힌다. 그러므로 <유원>은 내 취향과 너무도 잘 맞는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이제야 백온유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 안타까운 마음과,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이 많아 기쁜 마음이 동시에 나를 덮친다. 작가님의 젊은작가상 수상을 축하드리면서, 나는 이만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구입하러 가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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