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올해의 책으로 예소연 작가의 <사랑과 결함>을 꼽았었다. 어딘가 살짝 뒤틀린 관계의 인물들에게서 내 모습이 언뜻 비쳐 보여 뜻하지 않은 공감과 위로를 물씬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읽은 <영원에 빚을 져서> 역시 그러한 관계성이 설정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중편’으로 길어진 분량만큼이나 작품에 담긴 메세지와 여운은 한층 더 깊고 짙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positive). 왜냐하면 소설 속 인물들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를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의 무겁고도 날카로운 담론으로 확장시키기 때문이었다.
<영원에 빚을 져서>에는 세 명의 여성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동’, 그리고 그녀의 친구인 ‘석’, ‘혜란’. 소설은 동이 혜란에게서 석의 실종 소식을 듣게 되면서 시작된다. 사실 석은 두 사람과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껄끄럽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세 사람은 이전에 대학생 시절 캄보디아로 교육 봉사를 나가게 되며 가까워졌으나, 어떤 일을 계기로 사이가 점차 틀어졌기 때문이었다.
소설은 두 사람이 석을 찾기 위해 캄보디아로 다시 가는 현재 시점과, 이전에 캄보디아에서 봉사를 하는 동안 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되짚는 과거 시점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이들이 캄보디아에서 봉사하고 있었을 때 한국에서는 세월호 사건이 터졌는데, 이 소식을 전해들은 날 이후로 그녀들의 일상과 관계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