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 공격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3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빛소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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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소굴세계문학전집서포터즈

지금까지 읽은 에밀 졸라의 작품으로는 <인간 짐승>과 <목로 주점>이 있다. 두 작품 모두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두꺼운 장편소설로, 읽다보면 많은 등장인물들 간에 얽히고설킨 관계들에서 비롯한 막장 스토리에 압도되는 매력이 강력하다. 다만 방대했던 분량만큼 사건이 복잡하고 촘촘하게 짜여있어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던 적도 있었고, 막장이어도 너무 막장인 터라 계속 읽으면서 진이 빠지거나 지치는 경우 또한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단편집은 전혀 달랐다. 에밀 졸라가 단편을 이렇게나 잘 쓰는 작가였나, 싶을 정도로 인물들이 겪는 이야기에 독자로서 완전히 빠져들어 작품을 읽었다. 그 이유를 나름 분석해보자면, 장편보다는 분량이 적어서 그런지 훨씬 더 간결하고 깔끔한 서사를 바탕으로 인물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어 집필된 듯했기 때문이었다.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었고, 다섯 편의 소설 모두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더더욱 좋았던 단편들이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선 너무 좋아서 ‘우와’하는 탄성을 내지를 정도였다. 다섯 편의 단편을 모두 소개하기엔 분량이 너무 길어질 듯하므로, 육성으로 소리를 내지르며 감탄해 마지않은 단편 <방앗간 공격>과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에 대해서만 소개하도록 하겠다. (그러나 다섯 편 모두 좋았다는 점은 꼭 말하고 싶다. 그러니 에밀 졸라나 프랑스 문학에 관심 있으면 꼭 전편을 모두 읽어보길 바란다.)

[방앗간 공격]

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에 대한 이런 한줄평이 기억에 남는다. ‘국가적 차원의 거대한 사건을 개인적 차원의 슬픔으로 승화시켜 몰입과 공감을 끌어올리는 수작이다.’ 이 말을 똑같이 <방앗간 공격>에도 하고 싶다. (물론 두 작품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방앗간 공격>은 실제 역사 중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으로 인해 한 가정이 겪게 된 비극을 그리고 있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한 여성이 겪는 처참한 심정을 졸라의 섬세한 필치가 극대화시켜 더욱 강렬한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듯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정말 압권인데…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설명은 생략한다. 제발, 꼭 한번 읽어보기를 바랄 뿐이다.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

혹시 <방앗간 공격>이 조금 흔한 소재와 서사라고 생각했다면,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만큼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나름 적지 않은 소설을 읽어왔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는 한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강경증(몸이 경직되어 의지와 상관없이 일정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증상)의 발작으로 죽었다고 오해받아 생매장을 당해버린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남자 주인공의 공포와 무력감이 너무도 생생해 몸서리쳐질 정도로 좋았던(?) 작품이었다. 작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강경증이 풀려서 결국 관을 뚫고 나오게 되는데, 그때 그 남성이 목격한 것으로 인해 그는 삶의 의미를 잃게 된다. 이 남성이 목격한 건 무엇일까. 무엇을 깨달았길래 삶의 의미를 잃은 것일까. 궁금하다면 이 책,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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